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확정할 전당대회를 코 앞에 두고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현직 장관을 섭외하거나 백악관을 연설 무대로 삼는 등 대통령직을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다. 가족과 측근을 총동원하고 본인이 매일 등장해 분위기를 띄우는 '원맨쇼'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트럼프 재선캠프가 공개한 공화당 전대 찬조연사 명단에 따르면 대통령의 자녀 등 가족은 24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행사 내내 차례로 출격한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물론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부부, 차녀 티파니까지 모두 연단에 오른다. 최측근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와 지난 6월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총을 겨눴던 백인 부부 등 지지자들도 명단에 포함됐지만, 전직 대통령이나 영향력 있는 정치적 우군은 보이지 않았다.
가장 이목을 끄는 연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둘째날인 25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최고 외교관이 대통령의 재선 운동에 동참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직 행정부 일원인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 역시 적절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전대 마지막 날인 27일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강행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통치행위와 선거운동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설을 준비하는 백악관 직원들이 연방정부 건물에서 공직자의 정치적 활동을 제한한 '해치법(Hatch Act)'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데도 대선 승리를 위해 무리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현직 대통령은 전대 마지막 날에나 모습을 드러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나흘 내내 등장할 계획이다. 그를 전국구 스타로 만들었던 리얼리티쇼 제작진도 행사 연출에 참여한다. 이번 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나흘간 대통령직을 걸고 전국 무대를 지휘할 것"이라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체포 등 각종 악재로 촉발된 위기를 반전시키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10%포인트 이상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가운데 전대 효과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호감도가 상승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날 공개된 ABC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조사 결과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45%로 전주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CNN방송은 "1940년 이후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이 전대 전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에 1%포인트 이상 뒤처진 경우는 세 명에 불과했다"며 "두 자릿수 격차를 뒤집어야 하는 트럼프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전대 날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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