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기세 무시 못해" 민주당 호남 의원들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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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기세 무시 못해" 민주당 호남 의원들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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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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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국립 5ㆍ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자신의 전력과 통합당의 5ㆍ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대해 참회와 반성의 뜻을 밝혔다. 광주=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의 호남 진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 민심에 미세한 균열이 나고 있는 터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통합당을 “친호남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선언할 때만 해도 민주당은 심드렁했다. 통합당의 '호남 구애'는 언제나 빈손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9일 광주를 찾은 김 위원장의 5ㆍ18 민주화 묘지 '무릎 사과'에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민주당의 '김종인 때리기'가 격해지는 건, 호남지역 여당 의원들이 체감하는 김 위원장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23일 호남지역 여당 의원 6명을 인터뷰해 당내 분위기를 살펴 봤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수도권 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영상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의 거침없는 호남 진격...민주당 ‘경계’

김 위원장은 4ㆍ15 총선을 앞두고 “우리가 호남에서 외면 받으면 국민에게 다가설 수 없고, 미래도 없다”고 했다. '총선용 수사'으로 보였는데, 총선 이후 통합당은 ‘호남에 제 2지역구 갖기 운동’ ‘비례대표 호남에 25% 할당’ 등 더 과감한 정책을 내놨다. 김 위원장이 광주 5ㆍ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은 것은 '사건'이었다. 김 위원장은 “5ㆍ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에 민주당 호남권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김원이(전남 목포) 의원은 “사과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통합당이 5ㆍ18 진상규명과 역사왜곡 처벌 법안 통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5ㆍ18 자체를 부정하던 과거 통합당에 비하면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했다. 반면 광주 한 의원은 “김진태 전 의원 등 5ㆍ18을 모욕한 통합당 구성원은 두고 김 위원장만 와서 쇼를 하는 것은 기만"이라며 "광주 시민과 유권자를 우습게 안 정치쇼”라고 따졌다. 민주당 중앙당 역시 “김 위원장의 광주 방문이 화제 전환용으로 비치는 것이 오해인가”(허윤정 대변인)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적진'으로 진격하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민주당의 경계신은 ‘민심 균열’과도 무관하지 않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통합당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올해 4월 3주 11.9%에서 8월 3주 17.5%로 올랐다. 8월 3주 민주당 호남 지지율 57.4%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상승 분위기가 뚜렷하다. 반면 같은 기간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권 지지율은 79.7%에서 65.1%로 줄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8일 오전 서울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종인 효과는 아니다"라지만...

호남 지역 의원들은 호남 민심이 흔들리는 이유에 대해 “김종인 효과라기보다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호남에 집중된 최근 수해 피해,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처분 논란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형석(광주 북을) 의원은 “부동산 정책 혼선과 청와대 인사 교체에 대한 아쉬움이 반영된 것 같다”며 “만약 호남 출신인 이낙연 의원이 29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호남 민심은 금방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윤영덕(광주 동남갑) 의원도 "21대 국회에서 개혁 입법에 대한 여러 기대가 있었는데 민심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 같다“며 "수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호남 껴안기’가 호남과 수도권ㆍ중도층 민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있다. 광주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극우세력과 거리를 두는 ‘상징성’으로 광주를 공략하는 것”이라며 “광주 민심은 걱정이 없지만 수도권이나 중도층이 통합당의 변화에 흔들릴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호남 한 다선 의원은 "지지율은 기본적으로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이 내려가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통합당의 호남 지지 상승은 당연히 민주당의 지지율이 빠질 것"이라고 했다. 호남 지역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김종인 때리기'에 나섰다. 우원식 의원은 23일 김 위원장이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지낸 것을 겨냥해 “우리 당 대표까지 한 분이 통합당 대표가 돼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2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찾아 면담한 것을 두고도 “무식하고 무례한 훈장질”(정청래 의원) “도둑이 몽둥이 들고 주인 행세”(이원욱 의원)이라는 원색적 비난이 쏟아졌다.

※상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정지용 기자
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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