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계속되면서 수술 연기 등 피해 가시화
파업동참 87% 부산에선 코로나 방역에도 영향
정부 "의대 정원 확대 철회 어렵다" 입장 불변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 파업의 영향으로 서울세브란스병원이 당분간 응급실로 오는 중환자를 받을 수 없게 되고, 대형병원들의 암환자 수술이 순연되는 등 의료공백이 가시화되고 있다. 24일부터 대학병원 전임의 업무 중단이 시작되고, 26일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 의사 총파업까지 이뤄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태로운 의료시스템이 그야말로 최대 난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업무중단에 들어간 지난 21일 전국 파업 참여율은 44.8%였고, 22일에는 31.1%로 다소 떨어졌다. 모든 연차의 전공의가 파업에 동참한 23일 참여율은 공표되지 않았다. 수치상 의료현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지만, 이미 이들의 공백은 눈에 띄게 커진 상태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은 당분간 응급실로 오는 중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내부 공지를 내렸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의 영향으로 의료 인력이 줄기도 했고, 장비 점검과 소독 등을 하면서 환자를 다른 중환자실로 옮겨 현재 병상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 내과 전공의들은 응급실, 중환자실 인력도 모두 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주부터 외래진료, 입원, 수술을 이전보다 줄여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른 중증 환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암 환자 등 중증환자의 수술, 항암치료 일정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암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술을 앞두고 너무 초조한테 2주뒤로 밀렸다” “왜 중증환자들이 파업 피해를 짊어져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500여명에 달하는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율은 80%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날 의사가운을 벗는 퍼포먼스와 함께 현장을 떠났다. 응급, 중환자, 신종 코로나 대응 업무에는 인력을 남겼지만 일반 환자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 전공의 파업 참여율이 87%에 달하는 부산시에선 선별진료소 운영 차질까지 빚어졌다.
이에 복지부는 22일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수도권 신종 코로나 안정화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유보’ 메시지를 처음으로 내놨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23일 밤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표단과 긴급 면담을 갖고 의료계 달래기에 나섰다. 대전협은 이 자리에서 "엄중한 코로나19 시국을 고려해 전공의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진료에 적극 참여한다"는 내용에 정부와 합의했다. 다만 이는 신종 코로나 관련 진료에만 참여하겠다는 것으로, 파업의 전면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의협과 대전협은 정책 ‘철회’가 아니면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강경책으로 전공의들에 대한 ‘진료 개시 명령’ 발동을 검토 중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가 아닌 경우 진료 개시 명령에 따라 본업을 수행해야 한다.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또 감염병예방법은 감염병 유행시 의료인이 한시적으로 중환자 치료 등에 종사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응급의료법은 비상진료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다. 이 같은 의무를 동시에 위반할 경우 최대 의사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대전협은 면허 취소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의협은 이날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에 긴급 간담회 개최를 제안하면서도 정부의 정책 시행 연기가 아닌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철회는 그간 논의한 것을 전면 백지화한다는 의미로, 숙고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된 모든 사항을 재검토하는 것이라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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