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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고통 분담 전통

입력
2020.08.2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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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에 관해 대정부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에 관해 대정부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하자는 주장은 당연한 것 같아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지도층이 앞장서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공직사회가 솔선수범해 고통 분담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다.

□IMF 외환위기 다음해인 1998년에는 전체 공무원이 일률적으로 월급의 10~20%를 삭감해 실업자 구제 재원 1조2,000억원을 조성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공무원 월급을 2년 연속 동결했다. 올해 3월 코로나19 위기가 확산되자 장ㆍ차관급 이상 공무원들이 4개월간 월급 30%를 반납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전통에서다. 외국도 다르지 않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복구를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자 3년간 공무원 월급을 5~10% 삭감했다.

□“공무원 월급 20% 깎아 2차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제안이 파장을 낳고 있다. 조 의원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국회와 정부의 공무원, 공공기관 근로자의 월급은 ‘1’도 줄지 않았다”며 4개월간 월급 20% 삭감을 제안했다. 그러자 그의 SNS는 삽시간에 “강제 갹출”, “전시 행정” 등 비판 댓글로 도배됐다. 한마디로 “왜 하필 우리냐. 공무원이 가장 만만하냐”는 반발 심리가 깔려 있다.

□갑작스러운 월급 삭감 주장에 대한 당혹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실제 코로나 방역 일선에서 고생하는 공무원의 상당수는 박봉에도 묵묵히 공직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조 의원 해명대로 고위직과 하위직의 분담 비율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고, 자발적으로 삭감 논의가 이뤄지는 모양새가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 분담을 통해 위기를 함께 극복해가자는 제안이 치도곤을 당할 정도로 몰상식한 주장은 아니다. 공무원을 ‘공복(公僕)’으로 부르는 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받드는 심부름꾼이 되라는 의미다. 보수 반납 제안을 했다고 “국회의원 세비부터 내뱉어라”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게 공복의 자세는 아닐 듯하다.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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