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 광주그린카진흥원
광주시감사위원회 25일부터 실시
"점입가경이다."
기관장 갑질 논란과 채용 비리 의혹 등 기관 운영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난 광주시 출연기관 (재)광주그린카진흥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도ㆍ감독 권한이 있는 시가 비위 직원 10명(중복 포함)에 대해 제대로 된 신분상 조치(징계)를 진흥원에 요구했지만 진흥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진흥원이 "징계 사안이 아니다"며 8명에겐 면죄부를 주고 2명에 대해서만 경징계(견책)한 것이다. 이를 두고 "진흥원이 광주시 통제권을 벗어났다"는 비판이 커지자, 결국 시가 25일부터 특정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24일 시에 따르면 진흥원은 2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시가 지도 점검 결과 신분상 조치를 요구한 6건(10명) 중 2건(2명)만 견책 처분하고 나머지 4건에 대해선 "징계 대상이 아니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짐작대로였다. 앞서 시는 "그간 진흥원의 행태를 보면 신뢰할 수 없다"며 '제 식구 감싸기' 징계를 우려했다. 인사위원 7명 중 6명이 2018년 11월 배정찬 원장이 취임 직후 선임한 외부 인사들인 데다, 배 원장도 징계 대상이라 비위 직원들을 징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실제 인사위는 규정에도 없는 배 원장 전용차를 임차하면서 수의계약 절차까지 위반한 직원 A씨와 이후 원장 전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직원 B씨에 대해 견책 처분을 내리면서 그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 인사위는 "해당 사안이 경미하다"면서도 그 근거와 기준조차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위가 나머지 직원 8명에 대해 "징계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한 사유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인사위는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심사 자격기준을 확대 해석하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해 특정 응시자 5명을 합격시킨 C씨 등 5명에 대한 시의 징계 요구에 대해 "지원자격 확대 해석이 아니고, 진흥원에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다"는 취지로 묵살했다. 부정 채용 때문에 탈락한 선의의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유체이탈식 화법을 늘어 놓은 것이다. 특히 대학 교수가 2명이나 포함된 인사위가 취업 문제와 관련해 공정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사위는 자체 인사관리규칙도 무시했다. 이 규칙에 따르면 학위 등 응시ㆍ자격 요건을 확인하지 않아 관련자가 채용되거나 경과실 사안이라도 3회 이상 중복ㆍ반복 적발되면 해당 채용 비위자에 대해 중징계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인사위는 배 원장이 사실상 개인 운전기사로 전용(專用)한 B씨가 지난해 정규직 공개 채용 당시 입사지원서에 허위 사실(교육과정)을 기재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것은 징계 대상이 아니다"고 면죄부를 줬다. 진흥원은 채용 공고를 통해 입사지원서 등 제출 서류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합격 후 임용이 취소될 수 있다고 했지만, 인사위는 B씨 역시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넘어갔다. 각종 비위와 방만 운영으로 도마에 오른 진흥원이 자정 능력마저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진흥원이 시의 지도ㆍ감독권한을 무력화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실제 일각에선 이용섭 광주시장이 삼고초려 끝에 광주형 일자리 적용 모델인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 (주)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로 데려온 박광태 전 광주시장의 사람으로 알려진 배 원장이 박 전 시장을 등에 업고 배짱(솜방방이 징계)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돌고 있다.
이처럼 광주형 일자리 1대 주주인 진흥원의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나면서 불똥이 이 시장에게 튈 조짐이 보이자 시가 특정감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는 당초 25일 배 원장에 대한 징계요구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던 진흥원 임시이사회를 특정감사 결과가 나온 이후로 연기하는 대신 광주시감사위원회를 통해 특정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진흥원이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분으로 직원들이 비위에 걸리더라도 별문제 없이 넘어간다는 인식만 키웠다"며 "집단적 도덕 불감증에 빠진 진흥원의 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시는 진흥원 운영 전반에 대해 강력한 특정감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