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 800례 달성한 서울아산병원 박승정 교수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심장에서 온 몸으로 혈류가 충분히 흐르지 못하는 질환이다. 3대 증상인 호흡곤란ㆍ흉통ㆍ실신을 방치하면 2년 평균 생존율이 50%에 그치는 치명적인 병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가 2015년 9,100여명에서 2019년 1만5,400여명으로 5년 새 70% 가까이 늘었다. 특히 전체 환자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 환자가 72.9%로 압도적으로 많아 인구 고령화로 인해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약물로는 치료할 수 없고, 노화된 심장 판막을 교체해야 한다. 즉,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ㆍ수술)’이나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ㆍ시술)’을 받아야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유일한 치료법이 흉부외과 영역의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ㆍSAVR)이었다. 가슴을 열어 심장을 멈추고 좌심실 근처 대동맥을 절개해 문제된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법이다. 문제는 회복 기간이 길고 합병증ㆍ사망 위험이 높아 고령 환자에게 수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반면 비교적 최근 도입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ㆍTAVI)은 심장내과 영역의 시술이다. 수술과 달리 가슴을 열지 않고 다리 부위의 작은 절개만으로 카테터를 동맥에 삽입해 기존 판막 부위를 인공 판막으로 대체하므로 흉터가 상대적으로 작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합병증 발생 위험도 낮다. 시술도 기관 삽관 없이 수면 마취로 진행하며 1시간 이내에 모든 시술을 끝낸다.
TAVI 시술이 2010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래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첫 TAVI 시술을 시행한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TAVI 시술 800례를 달성했다. 아시아 전체 의료기관 중 가장 많은 수치다.
TAVI 시술의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은 임상 연구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2019년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게재된 임상에서 TAVI군과 SAVR군을 무작위 배정해 시술 1년째에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장애를 유발하는 뇌졸중, 재입원율을 비교한 결과, 주요 심장 사건의 발생률은 TAVI군이 8.5%, SAVR군이 15.1%로 TAVI군에서 6.6%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발생률은 TAVI군 1%, SAVR군 2.5%, 뇌졸중 발생률은 TAVI군 1.2%, SAVR군 3.1%, 재입원율은 TAVI군 7.3%, SAVR군 11%로 모든 지표에서 TAVI군의 위험도가 낮았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지난 20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표준 치료법은 머지않아 SAVR이 아닌 TAVI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승정 교수는 “의료진의 TAVI 시술은 SAVR와 비교해 치료 효과가 우수하면서도 수술 부위와 통증이 적어 TAVI가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는 고령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 환자뿐만 아니라 저위험군 환자에게도 TAVI 시술의 장점이 입증돼 이제 남은 건 흉부외과 의사를 설득하는 일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TAVI 시술에 선별 급여(환자 80% 부담)가 적용돼 3,200만원의 본인부담금이 생겨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많은 선진국에서는 TAVI 시술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고 있으며, 일본도 초고령 환자의 TAVI 비용을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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