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고 가슴이 탄다"…완치 후 진짜 고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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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고 가슴이 탄다"…완치 후 진짜 고통이 찾아왔다

입력
2020.08.24 04:40
수정
2020.08.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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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완치 후 탈모, 건망증 등 새로운 병
미국 유럽에선 '코로나 후유증' 87%가 겪기도
신종 코로나 위험성 증명…"후각이상, 피로 나타나"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0.8.23/뉴스1


대구시에 거주하는 김정순(가명ㆍ60)씨는 지난 3월 몸살 증세를 느끼던 중 갑자기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 병원으로 달려갔다. 검진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비교적 경증을 보인 김씨는 확진 후 1주일간 집에서 약물치료를 받았고, 이후 병원으로 격리되면서 총 42일간 치료 후 완치됐다. 중환자실에 가지 않았고, 호흡기치료도 받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었다. 완치 후 김씨의 진짜 고통이 시작된 것이다. “다 나은 줄 알았습니다. 한번 걸린 사람은 면역이 생겨 아프지 않다는 말만 믿었죠. 그런데 퇴원하면서 새로운 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김씨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기 시작한 건 퇴원 후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심해서라고 생각했다. 두 달이 지나 탈모는 다행히 회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김씨에겐 당뇨가 찾아왔다. 공복혈당수치가 389까지 치솟았다. 병원에서도 갑작스러운 당뇨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여름을 보내던 중 김씨에겐 새로운 진단이 내려졌다. 만성피로와 고지혈증. 이 모든 병증은 신종 코로나의 후유증일까.

김씨처럼 신종 코로나 완치 판정 이후에 새로운 병증이 확인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의료계는 신종 코로나가 염증을 유발하는 만큼 각종 장기의 손상이 완치 후에 발현할 수 있다는 정도만 동의할 뿐, 이른바 ‘신종 코로나 후유증’의 실체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차 대유행으로 23일까지 불과 1주일 새 누적 확진자(1만7,399명)의 8분의 1에 달하는 2,081명이 새로 확진될 만큼 확산세가 빠른 가운데, 정체를 알 수 없는 후유증 사례가 잇따라 들려오면서 국민 불안은 더욱 치솟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후유증에 대해서는 그나마 해외에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미국ㆍ유럽 등에서 단기간에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관련 사례도 많아 국내 연구보다 실적이 먼저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난달 초 이탈리아의 아고스티노 게멜리 대학병원 의료진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에서 회복된 143명의 중증환자를 연구한 결과 87.4%가 최소 1개 이상의 지속적인 후유증을 겪었다. 피로감(53.1%), 호흡곤란(43.4%), 관절 통증(27.3%) 흉통(21.7%) 등이 주요 증상이었으며, 후각ㆍ미각이상, 비염, 두통, 현기증, 설사 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를 심하게 앓지 않아도 후유증이 남는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경증ㆍ무증상 상태로 회복한 274명을 설문한 결과 35%가 미열ㆍ피로ㆍ호흡곤란ㆍ기억력 감퇴ㆍ수면장애 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국내는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적어 아직 의료계나 정부가 파악하는 후유증 환자가 많지 않고, 관련 연구도 드물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현재(21일)까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 사례가 (공식적으로)보고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발병 후 후유증 나타나는 이유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증환자 중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는 “신종 코로나는 혈관염을 일으켜서 폐는 물론 심장, 콩팥, 뇌혈관, 소화기 등 혈관이 있는 다양한 장기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관을 통한 염증이 폐섬유화, 뇌손상, 심근염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 교수는 “혈관염은 나이에 상관없이 발생하며 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15%정도의 환자들에 이 같은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경증환자였다고 해서 후유증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지난 4월 확진된 유모(34)씨는 한 달여 만에 격리 해제됐지만, “지금도 숨이 가쁘고 가슴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평소 건강한 편이었고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도 두통ㆍ발열 정도만 겪었는데, 회복 후에는 몸이 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환자 대부분이 특별한 증상 없이 좋아지지만 이중 소수에게 (신종 코로나 증상인) 후각이상이 남아있거나 피로감을 느끼고, 뭔가를 깜빡 잊는 등 증상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완치자들이 호소하는 정신적 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많은 완치자가 우울증 같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호소한다”며 “바이러스의 직접적 후유증이라고 볼 순 없지만 깊게 살펴보고 상담을 제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완치자 63명의 정신건강을 연구한 결과, 54%가 완치 1년 후에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고, 40%가량은 PTSD를 경험했다.

신종 코로나로 예상되는 후유증이 다양한 만큼 격리 해제자들의 건강상태를 추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 차원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병원이 개별적으로 환자 예후를 조사할 뿐이다. 이는 정부의 방역 초점이 감염예방에 있는데다, 환자 표본이 적고 추적이 힘들어서이기도 하다. 한 의학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조사하고 있지만 주된 표본이 신천지 관련 환자들인데다, 퇴원 후 실제 주소지가 아닌 곳으로 간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연구센터는 이달 초부터 ‘코로나19 다기관 코호트 구축을 통한 환자의 단기 및 장기 합병증 등 임상평가’를 연구과제로 발주해 국내 15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거친 환자를 대상으로 후유증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최원석 교수는 “현재 중증 신종 코로나 환자에 대해서는 치료방안도 많지 않고, 합병증이 남지 않는 방법도 아직 잘 모른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후유증을 연구하되, 실체를 이해하기 전까지는 신종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세종= 신혜정 기자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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