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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음모론 표적' 된 해리스... 무슨 내용인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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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음모론 표적' 된 해리스... 무슨 내용인가 봤더니

입력
2020.08.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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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세력에 의한 출생 논란 여전?
2016년 '피자게이트'까지 불거져?
소로스, 부통령 지명 배후 의혹도

카멀라 해리스 미국 상원의원이 19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지명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상원의원이 19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지명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19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州)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 수락연설은 역사적인 순간 그 자체였다. 유색인종 여성 부통령 후보가 탄생한 건 미 역상 최초인데다 연설 역시 강렬했다. 카멀라 해리스(55)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리더십의 실패”라고 비난하면서도 유권자들에겐 “진실을 말하겠다”고 약속하며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반대 진영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인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몸값이 껑충 뛴 부통령 후보를 겨냥한 극우세력의 ‘음모론’도 바짝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해리스 의원이 “음모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그를 둘러싼 몇 가지 거짓 소문을 파헤쳤다. 최대 이슈는 역시 출생 논란. 흑인 최초로 대권을 거머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그는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혼혈이다. 비슷한 태생을 근거로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美 태생이 아니다?... '무자격' 의혹 여전

해리스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반대 세력의 주장이다. 미 수정헌법 제14조는 부모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출생한 사람에게는 누구나 미국 시민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해리스 역시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틀림 없는 시민권자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 등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씌웠던 출생 음모설, 이른바 ‘버서(birther)’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앞서 1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매우 심각한 일이다. 사람들이 그(해리스)가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통령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다른 이의 언론 인터뷰를 언급한 것이지만 지지층을 향해 ‘해리스는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은연중 내비친 것이다.

BBC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 극우 음모론자 집단인 ‘큐어넌’을 허위 사실 유포의 실체로 지목했다. 큐어넌은 트위터에 15만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실제 구글트렌트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전 세계에서 ‘카멀라 해리스 버서’를 검색한 사람들이 급증했고, 출생지 관련 단어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음모론이 단순한 설(說)에 그치지 않고 사실로 둔갑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흑인? 아시아인?... 해리스의 인종 정체성은

해리스의 인종 정체성도 도마에 올랐다. 코미디같은 얘기지만 그가 흑인인지 아시아인인지를 놓고 때 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극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 전까지 흑인 미국 여성이 아니었다는 내용도 있다. 이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수천 번 공유한 이미지에는 AP통신의 기사 2개가 달려 있다. 하나는 2016년 보도된 ‘캘리포니아주의 카멀라 해리스가 첫 인도계 미국인으로 상원의원이 되다’, 다른 하나는 최근 보도된 ‘바이든이 최초의 흑인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정하다’이다. 제목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2016년 AP 기사에는 해리스를 인도계 미국인이자 흑인 여성으로 지칭한 내용이 들어 있다. 자극적 제목만 차용해 의도적으로 대중의 혼란을 유발한 셈이다.

영국 BBC방송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음모론의 표적이 됐다고 보도한 내용. 홈페이지 캡처

영국 BBC방송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음모론의 표적이 됐다고 보도한 내용. 홈페이지 캡처

더구나 해리스는 스스로 출신에 대해 솔직하게 밝혀 왔다. 그는 자서전에 “우리 어머니는 두 명의 흑인 딸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이해했다”며 “그는 딸들이 흑인 소녀로 보이게 될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우리가 자신감 있고 자랑스러운 흑인 여성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단단히 결심하고 있었다”고 썼다. 이날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역시 어머니를 자주 언급하며 “아마 어머니는 내가 태어난 그날, 내가 여러분 앞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해리스의 인종 정체성을 의심하는 공식 매체들도 없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해리스는 인도 문화를 포용하며 자랐지만 당당하게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을 살았다”고 평했다.

4년 만에 소환된 '피자게이트'

2016년 대선에서 불쑥 튀어나왔던 ‘피자게이트’도 다시 등장했다. 피자게이트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중진들과 조직한 소아성애자 모임을 워싱턴의 한 피자가게 지하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음모론이다. 황당하기까지 하지만 이 가짜 뉴스는 온라인을 통해 수없이 공유됐다. 이번엔 해리스의 동생마야 해리스가 희생양이 됐다. 마야가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옹호하는 피자 파티에 초대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급속도로 유통된 것. 방송은 이메일을 퍼뜨린 주범으로 역시 큐어넌을 콕 집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관련 음모론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이튿날 페이스북에서 60만명이나 공유했다”고 전했다. 증거도 출처도 없지만, 날조된 스토리가 극우 조직에 의해 꾸준히 확대ㆍ재생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억만장자' 소로스는 왜?

헝가리 출신 억만장자이자 민주당 열성 지지자인 조지 소로스(90)도 음모론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민주당이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는 데 막후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주장이다. SNS에서는 그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소로스 아들이 트워터에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하는 글을 올린 내용도 우익 계정들에서 공유되며 여론을 왜곡하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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