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가 "나를 탓하라"며 PC방 민심 달래기에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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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총리가 "나를 탓하라"며 PC방 민심 달래기에 나선 까닭은

입력
2020.08.20 18:18
수정
2020.08.2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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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고위험군' 지정에 업주들 거센 반발
정 총리 겨냥 "이 사람이 그랬어요" 게시물 붙기도
정 총리 "마음 달래진다면 비난 달게 받겠다" 읍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업중단으로 수도권에 위치한 PC방 입구에 업주들이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정세균 국무총리 비판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수도권에서 PC방을 포함한 고위험시설 운영을 금지한 것과 관련해 업주와 이용자들의 원성이 터져나오자 20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PC방 민심 달래기에 직접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를 질책하시는 목소리도 들려오는데 저를 탓해 조금이라도 마음이 달래지신다면 몇백 번이라도 달게 받겠다"며 "학생들을 비롯한 공동체 전체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불가피하게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정부는 전날부터 PC방은 물론 유흥시설,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 12종의 운영을 금지했다. 해당 시설과 모임에서는 전면 집합이 금지되며, 이 조치를 위반할 경우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아울러 확진자가 발생할 시 입원·치료 및 방역 비용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PC방 업계 "카페·음식점이 더 위험한데...왜 우리를 때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업중단으로 수도권에 위치한 PC방 입구에 업주들이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정부 비판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같은 조치가 발표되면서 우선 PC방 업계에서 크게 반발이 일었다. PC방 업계 관련 소상공인 단체인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바로 입장문을 내 "PC방 사업자들은 최소한 생존을 위한 사전 대책 준비와 논의 없이 생업이 달린 소상공인들의 생존 자체를 쥐락펴락하는 즉흥적인 판단으로 업계는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발표했다. PC방은 전국적으로 1만곳 이상이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PC방 점주 측은 음식을 먹을 때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음식점, 커피숍 등과 비교해 제재가 지나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PC방 점주들이 업장을 찾은 이용객들이 볼 수 있도록 입구에 이번 조치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붙인 사진도 빠르게 퍼졌다.

한 PC방 업주는 "교회랑 카페, 음식집에서 집단 감염이 생긴 것을 왜 엄한 다중시설 전부 영업 정지를 시키고 XX이냐"며 힐난했다. 이용객들을 대상으로는 "X같은 정부에서 19일 0시부터 '강제 영업정지'를 시켰는데 정말 죄송하다"며 "1~2주 정도 기간이 될 것 같은데 손님 여러분들 코로나19 조심하시라"고 안내했다.

또 다른 업주는 입구에 정 총리 사진과 함께 "영업중단 이분이 시켰어요"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와 함께 "정부 방역조치 격상으로 수도권 전체 PC방 영업이 중단됐다"며 "PC방이 고위험 시설이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QR 링크의 청원에 동의해 주시기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PC방은 고위험군 아냐' 국민청원도…정 총리 직접 나서

PC방 영업중단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이 QR코드는 '다중이용업소 중 가장 안전한 PC방은 고위험군 업종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연결된다. 해당 글 청원인은 "PC방이 정말 다른 곳보다 코로나19에 위험한가"라며 "현재까지 전국 PC방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0명으로, 초창기 PC방 확진 사례들을 조사해보니 다른 데서 걸려서 들어온 경우가 전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PC를 둘러싼 칸막이와 강력한 환기시설, 각자의 PC에 몰두하는 이용자 특징 등을 들며 "해외에서는 PC방 같은 구조를 비대면 설치가 돼있는 다중이용업소라고 오히려 다른 다중이용업소보다 안전하다고 한다"며 "당국은 PC방을 직접 방문도, 조사도 하지 않고 20년 전 PC방만 생각하면서 일단 부정적으로만 언급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청원에는 20일 오후 6시까지 1만4,263명이 동의한 상태다. 온라인에서는 "카페와 술집에서는 다닥다닥 붙어 마스크를 벗고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어떤 게 더 고위험인가"(평****), "대기업이라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은 못 건드리고 영세자영업자라 만만한 PC방을 규제하는 것 아니냐"(gu****), "카페가 가장 위험한 것 같은데 도대체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sk****) 등의 공감하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PC방 업주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저번에 가보니 초중고 학생들 90%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음식까지 시켜서 먹고 있어서 무증상인 감염자가 있으면 우수수 감염되겠더라"(co****), "매번 다수가 접촉하는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헤드셋 등을 소독하기 힘들고 에어컨이 항상 가동되는데다 밀집돼있는데다 음식물도 섭취하는 환경이지 않나"(al****) 등의 확산 예방 차원에서 영업 중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총리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하고 직접 불끄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부는 지금 학교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많이 찾는 여러 시설에서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다수의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대형학원과 밀폐된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오랜시간 머무르는 PC방의 운영도 한시적으로 중단조치 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방역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는데 갑작스럽게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생업에 피해를 보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저도 매우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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