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합니다."
광주시가 출연기관장 갑질 논란과 채용 비리 의혹 등이 불거진 광주그린카진흥원에 대한 운영 실태 및 지도 점검 결과를 뒤늦게 공개한 20일, 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시가 채용과 계약 업무 등에서 비위 행위가 적발된 직원 8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징계)를 하도록 진흥원에 요구를 했지만 징계 수위가 경징계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 관계자는 "그간 진흥원의 행태를 보면 신뢰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의 목소리엔 화가 묻어났다.
광주시가 광주그린카진흥원 때문에 단단히 뿔이 났다. 진흥원이 21일 자체 인사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제 식구 감싸기'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그간 시가 수 차례 직ㆍ간접적으로 솜방망이 처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진흥원에 보냈지만 정작 상황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실제 진흥원은 인사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도 징계 대상 직원들에 대한 징계 사유와 징계요구자(배정찬 원장)의 의견을 담은 징계의결요구안을 지도ㆍ감독 부서인 자동차산업과에 사전 보고도 하지 않고 있다. 진흥원이 반드시 징계의결요구안을 시에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지도ㆍ감독 부서라는 포괄적 업무 범위를 고려하면 사전 보고 누락은 이례적이다. 시도 "진흥원이 징계의결요구안을 보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청 안팎에선 "진흥원이 직원들을 경징계하기 위해 시에 징계의결요구안을 올리지 않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또 규정에도 없는 전용차를 세금으로 임차해 타고 다니면서 직원을 개인 운전기사처럼 부린 배 원장이 자신도 징계 대상에 포함돼 있는데, 부하 직원들에 대해 제대로 된 징계를 요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배 원장은 이번 인사위원회 때 불참한다.
이처럼 진흥원이 징계의결요구안을 꽁꽁 숨기는 행태가 알려지면서 비위 직원들이 어떤 징계를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중 진흥원이 채용 관련 비위로 적발된 직원 6명에게 어떤 징계를 내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광주그린카진흥원 인사관리규칙에 따르면 학위 등 응시ㆍ자격 요건을 확인하지 않아 관련자가 채용되거나 경과실 사안이라도 3회 이상 중복ㆍ반복 적발된 경우 해당 채용 비위자에 대해선 중징계를 하도록 돼 있다. 시는 지도 점검 결과 배 원장이 사실상 개인 운전기사로 전용(專用)한 직원 A씨가 지난해 정규직 공개 채용 당시 입사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는데도 채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채용 업무 담당 직원 B씨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다. 시는 또 지난해 1ㆍ3ㆍ9월 실시된 공개 채용 과정에서 1차 서류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직원 5명이 지원자격 기준을 멋대로 확대 해석해 응시자를 합격 처리한 사실도 적발해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진흥원이 시와 비위 직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사전 조율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세게할 것을 요구했다"던 시가 진흥원의 징계의결요구안이 보고되지 않았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선뜻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진흥원의 행태에 참는 데)한계가 왔다"며 "비위 관련자들에 대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징계 처분이 안 나오면 광주시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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