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대표, 전 목사와 손잡고 "만세" 삼창까지?
한국당 시절 지도부, 전 목사 주도 집회에 수시로 참석
황교안(왼쪽)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단식 투쟁에 들어간 지난해 11월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함께 한 적도 없습니다. 말이 안 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시는 게 안쓰러워 보일 뿐입니다."
18일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 공식 논평 중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이 18일 내놓은 공식 논평 중 일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재확산 원인 중 하나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지목되고 있는데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통합당이 전 목사가 8ㆍ15 광화문 집회를 여는 것을 방관했다며 책임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에 통합당이 "아무 관계가 없다"며 공식 논평까지 내면서 전 목사와 선 긋기에 나선 건데요.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정말로 관계 없는 것이냐"며 물음표를 달고 있는데요.
김 대변인의 발언이 사실일까요. 그 동안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 및 보수 진영과 관계를 살펴 보겠습니다.
지난해 11월 20일 단식투쟁에 돌입한 황교안(오른쪽에서 두번째) 전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오른쪽) 목사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난해 11월 20일.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이끈 황교안 전 대표가 단식 농성에 돌입한 첫 날 입니다. 황 전 대표가 청와대 인근 천막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집회에 참석한 전광훈 목사를 만나러 간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당시 황 전 대표가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못 이기겠냐"며 "함께 이길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라고 인사했고요. 황 전 대표, 전 목사와 함께 무대에 오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황 대표의 뜨거운 애국심과 전 목사의 기도가 하나 되길 바란다"고도 했죠. 이후 황 대표는 전 목사와 손을 잡고 "전광훈 목사님 한국기독총연합 만세, 황교안과 한국당 만세, 위대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만세 삼창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 황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한국당 시절 지도부는 전 목사 등이 주도한 광화문 일대 보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석했는데요.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9일 "20대 국회에서만 미래통합당과 전광훈 목사가 함께했던 집회가 기사로 확인된 것만 무려 11차례나 된다"고 밝히기도 했죠.
지난해 10월 9일과 같은 달 25일에도 황 전 대표는 일반 시민 자격이라고는 했지만 나 전 원내대표와 전 목사가 대표로 있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황 전 대표는 또 1월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목사에 대한 법원의 불법·폭력집회 구속영장 심사 당시 "종교탄압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적극 옹호했지요.
황 전 대표와 전 목사 '결별' 하기도
물론 통합당과 전 목사의 관계가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전 목사가 통합당에 합류하지 않고 기독자유통일당을 창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전 목사는 1월 2일 유튜브 채널 너알아TV에 출연해 "3일 전에 정말 내 인생 일대의 충격적인 통보를 받았다. 황 대표님 측으로부터 ‘앞으로 전광훈 목사와 함께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결별 소식을 전하기도 했고요.
전 목사는 1월말 자유통일당(기독자유당으로 불리기도 함) 창당 대회에서는 황 전 대표에 대해 "착하고 신앙이 깊은데 정치는 내가 봐도 답답하다"며 "황교안 장로는 정치가가 아니다. 영양가 없는 사람만 만나서 이런 상태면 (총선에서) 패배한다"며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또 "인터넷에 '전광훈이 황교안을 가르치세요'라고 하지만, 아무리 가르쳐도 안 된다"고 덧붙였지요.
또 황 전 대표는 2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전 목사가 매주 도심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자 "최근 대규모 집회를 둘러싸고 국민들께서 근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며 "집회를 열고자 하는 마음은 모르지 않지만 지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때"라며 만류하기도 했습니다.
통합당, 총선 앞두고 전 목사를 향해 '러브콜' 보내
지난해 9월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규탄 범국민연합 투쟁본부 결성식에서 소설가 이문열, 전광훈 목사,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 원내대표는 18일 한 언론과 통화에서 "(전 목사랑 통합당이 계속 같이 언급되는 것은) 황교안 전 대표와 전 목사의 개인적 인연이 많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황 전 대표의 개인적 친분만 있었을까요.
1월 31일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였던 심재철 전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기독자유당 창당대회를 개최한 전 목사와 김 전 지사를 향해 '통합 러브콜'을 보냈는데요. "국민 분노를 광장으로 끌어 모은 것은 소중한 공로"라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나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는 '통합 열차'에 함께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지요.
김무성 전 의원도 2월 미래통합당 출범을 앞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직 흩어져 있는 나머지 보수우파의 리더들도 나라를 구한다는 절박한 사명감을 가지고 미래통합당의 빅텐트로 헤쳐 모여,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저지할 역사적 사명에 부응해야 한다" 며 "자유통일당의 김문수 전 지사와 전광훈 목사,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의원, 그리고 홍문종 의원과 이정현 의원 등도 모두 우파 보수의 통합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부탁 드린다"고 했습니다.
2017년 5월 2일 홍준표(가운데)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독자유당ㆍ범기독교계 홍준표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 전광훈(왼쪽 두 번째)목사와 손을 들고 인사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통합당 내부에서도 통합당이 전 목사와 관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4선 홍문표 의원은 20일 TBS라디오 김어준 뉴스공장에서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은 관계가 없다'고 전날 김은혜 당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과거 황교안 대표는 공적으로 전 목사의 집회에 갔기 때문에 그때는 관계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전 목사가 진행한 (광화문) 집회 측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 동안은 전 목사와 관계가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광화문 집회 관련해서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겠죠.
한편 통합당 안에서는 이번 기회로 전 목사와 함께한 과거를 청산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합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전 목사가 이끄는 기독자유당을 겨냥해 "전국 신종 코로나19 전파 진원지가 된 광화문 집회에 기독자유당이 조직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기독자유당은 반사회적 정당이 됐고, 이런 당은 존재해선 안 되는 정당이다. 응당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진 해산해야 한다"고 일갈했는데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통합당이 과연 이번엔 전 목사와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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