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발 집단감염 속도 대구 때의 2배속
GH형의 위력…광복절 집회투입 경찰 4명 확진
중증환자 발생은 비교적 적어…고위험군이 문제
‘빠르고 질기고 광범위하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기존 소규모 집단감염도 질길 정도로 이어지고, 전국 15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파 속도로만 놓고 보면 앞서 2월 말 대구 신천지증거장막성전(신천지) 확산세보다 빠르다. 다만 아무런 준비 없이 폭증세에 노출되고 요양병원, 정신병원과 같은 고위험 집단에 집중적으로 나타나 사망자들이 급격히 늘었던 당시보단 중증환자가 적게 발생한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2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는 전날 같은 시간보다 288명 늘어나 누적 1만6,346명을 기록했다. 지난 14일 103명을 기록한 신종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는 7일 연속 세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 2월 22일(190명)부터 3월 14일(107명)까지 22일 연속 세자릿수 확진자 발생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속도다.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 관련 첫 확진자(31번 환자)가 나온 2월 18일 이후 일주일 동안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733명이 늘었다. 이에 반해 지난 14일부터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최근 일주일 동안 신규 확진자는 무려 1,576명에 달한다. 사랑제일교회 첫 확진자가 나온 12일을 기점으로 이후 일주일(18일까지) 누적 확진자가 1,101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2월보다 강력한 전파력이 확인된다. 특정 감염집단만 한정하면 대구에서는 첫 발생 일주일만에 501명이 확진됐는데, 최근에는 사랑제일교회에서만 일주일여만에 676명이 발생했다.
빠른 전파력의 배경에 대해 방역당국은 대구 신천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바이러스 유형보다 전염력이 더 강한 GH형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따라 S, V, L, G, GH, GR, 기타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S와 V그룹은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유행했다. 이후 유럽에서 변이된 G, GR, GH 그룹이 발견됐고, 최근에는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모든 유형의 바이러스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GH형은 5월초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이후 국내에서 주로 발견되는 유형이다. 최근 급격한 확진자 증가 전인 쿠팡 물류센터, 대전 방문판매, 광주 사찰 등의 집단감염도 GH형이 배경이다. 해외 연구 결과, GH형은 감염력과 전파력이 S형, V형에 비해 평균 6배 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 유형이 광범위하게 집단감염을 일으키면서 확진자 폭증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와 별도로 지난 15일 광화문집회 관련 조사 중이던 8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18명으로 증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집회에 투입됐던 서울지방경찰청 3개 기동단 소속 경찰관 4명이 이날 확진 됐다.
서울 영등포구 현대커머셜 강서지점 관련 집단감염도 19명으로 불어났고, 광주 상무지구 유흥주점발 집단감염 사례도 21명으로 확대됐다.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관련 집단감염은 어느새 누적 165명까지 늘었고, 경기 파주시 스타벅스 집단감염도 58명으로 증가하는 등 강력하고 질긴 전파력을 과시하고 있다. 5~7월 월평균 60명 내외이던 학령기 확진자가 이달 들어 154명으로 늘어난 데다 특히 11일 이후에만 137명이 확진된 점도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구 신천지 때와 달리 중증환자가 급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현재의 폭증집단인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확진자 10명 중 6명(61%)이 50대 이상 위험군인데도, 이날 현재 중증 이상 위험 환자는 전체 격리환자 1,976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들에게 대거 감염되면서 사망자가 급증했던 2~3월의 아픈 기억이 소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무증상에서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실제 이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70대 환자는 전날 진단검사 이후 빠르게 상태가 악화돼 방역당국이 격리 조치를 할 틈도 없이 사망, 누적 308명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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