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ㆍ2심 판단 유지하며 회사 측 상고 모두 기각
경총 "막대한 추가 수당 부담케 해" 유감 표명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정기 상여금(보너스)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면서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9년 만에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기아차 노동조합원 3,531명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피고 측 기아차의 상고는 모두 기각됐다.
기아차 노조원 2만7,000여명은 2011년 10월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 수당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면서 미지급된 수당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당시 원고 측의 청구 금액은 총 6,588억원으로, 지연이자를 더하면 1조원을 웃돌아 ‘1조원대 통상임금 소송’으로 불렸다.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이 맞다”고 밝혔다. 단체협약에 따라 2개월 이상 근속한 기아차 노동자들이 △짝수 달 말 100% △설날ㆍ추석ㆍ하계 휴가 땐 50% 등을 포함, 매년 통상임금의 750%를 정기 상여금으로 지급받고 있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단체협약과 근태관리규정에 따라, 생산직 근로자의 근무시간 중 10~15분의 휴게시간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토요일 근무에 대해 휴일근로수당 항목으로 수당을 지급해 온 사실에 비춰 “토요일 근로는 휴일근로에 포함된다”고 못박았다.
대법원은 “노조의 청구가 신의칙 위반이 아니다”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신의성실 원칙’의 줄임말인 신의칙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 경영상 어려움이 있거나 기업 존속에 위기를 초래할 경우 지급 의무를 제한할 수 있는 요건’을 의미한다. 이번 소송 과정에서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신의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는데, 원심은 “기아차가 2008년부터 매년 연평균 1조7,5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기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의칙 위반은 신중하고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셈이다.
앞서 1심은 정기 상여금뿐만 아니라 중식비, 일비 일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회사가 원금 3,127억원과 지연이자 1,097억원 등 총 4,224억원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선 사측 주장이 일부 인용돼 중식비와 가족 수당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됐으나, 1심 판결의 거의 대부분은 유지됐다. 사측이 지급할 금액은 1심과 비교해 1억원(원금 기준) 정도만 줄었다. 소송 과정에서 노사 간 통상임금 지급 합의가 이뤄져 3,000여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소를 취하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수당을 부담하도록 했다”면서 유감을 표시했다. 경총은 특히 신의칙 위반 여부 판단에 대해 “치열한 경쟁 속 전략적으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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