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지금과는 180도 다른 미국사회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모습을 드러낸 민주당 정강정책은 예상대로 ‘트럼프 극복’에 방향이 모아졌다. 대외정책에선 ‘동맹 복원’에 힘을 쏟았고, 내부적으론 보편적 의료 확충과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 등을 약속했다. 한국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대폭적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갈취”라고 표현해 인상 폭이 다소 줄어 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사실상 대중 강경책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전방위적인 ‘트럼프 지우기’에 나서겠다는 선전포고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이틀째인 이날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공약집 격인 당 정강정책을 승인했다. 전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91쪽짜리 정책에서 민주당은 외교 재활성화, 동맹 재창조, 미국 리더십 복원 등을 공언하며 대외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첫 과제로 ‘미국 우선주의’ 종료 선언과 각종 국제기구 및 협정 재가입 등을 제시했다. 탈(脫)트럼프 기조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한반도 관련 부분은 한미동맹 중요성과 북한 비핵화 실현 의지 등이 거론됐다. 민주당은 “트럼프는 한반도 핵 위기 와중에 동맹의 방위비 분담금을 극적으로 인상하기 위해 우리의 동맹인 한국을 갈취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한국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50% 인상은 착취나 다름 없다는 비난이다. 군 감축에도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진 민주당은 “우리는 결코 폭력단의 갈취행위처럼 동맹을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정상간 ‘톱다운 방식’이 아닌 동맹과 공조 속에서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식 깜짝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민주당은 “우리는 동맹과 함께, 그리고 북한과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호전성에 의해 제기된 위협을 제한하고 억제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또 “북한 정권이 엄청난 인권 침해를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며 인권문제도 주요 사안으로 다루겠다고 썼다.
국내 정책에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진보적 색채가 짙게 묻어났다. 앞서 바이든 후보는 경선 이후 당 분열 해소를 위해 샌더스 측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책을 공동 개발해왔다. 그 결과 보다 광범위하고 진보적인 정책이 탄생했지만, 급진적 내용은 배제해 균형을 맞추려 애썼다. 저소득층 의료보장 확대를 위한 ‘오바마 케어’에 공공의료 선택권을 강화, 보편적 의료를 확충하면서도 강성 진보 진영이 주장한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까지 이르지는 않은 게 대표적이다.
기후변화 대응 역시 4년간 2조달러를 투입해 청정에너지 분야 일자리 수백만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하면서까지 기후변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와 완전한 반대 행보이다. 구체적으로 청정에너지 연구ㆍ개발 투자를 크게 늘리고 2035년까지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탄소 오염을 중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책 방향이 유지될 지점은 무역 분야와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 정도다. 민주당은 “국내에서 미국의 경쟁력에 먼저 투자하기 전에는 어떤 새로운 무역 합의도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호무역 성향을 드러냈다. 또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보장, 대만관계법 지원, 중국의 인권탄압 대응 법률의 철저한 집행을 공언했다. 이를 위해 인도ㆍ태평양 지역 동맹과 유대 강화를 모색하겠다며 대상국으로 일본, 호주와 함께 한국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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