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에 독약.”
방역당국을 화들짝 놀라게 한 코로나19 확진자 A씨(50대)의 병원 탈출 동기다. 격리 치료중인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에서 달아났다가 서울에서 붙잡히기까지 25시간 동안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막무가내식 행동치고는 이유가 황당하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서울 사랑제일교회 교인인 그가 탈출 동기 조사에 혼선을 주려 이런 괴이한 말을 내뱉었을 수도 있다.
그의 몰상식한 일탈행동에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일차적으로는 가뜩이나 빡빡한 방역당국의 인력과 시간을 허비하게 한 책임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버젓이 바깥활동을 해 지역사회 전파 우려도 키웠다. 선량한 시민들의 방역 협조에 찬물을 끼얹고 불안에 떨게 한 A씨에 대해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타당한 요구다.
하지만 몰상식한 한 사람 때문에 수도권 방역이 흔들린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런 걸 대비하는 게 방역당국임은 상식이다. A씨는 도주 25시간만인 19일 새벽 1시15분쯤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되기 전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진입했고 대낮에 종로의 한 카페를 방문하는 등 시내를 활개치고 다녔다. 파주에서 서울의 중심부로, 또 젊음의 거리 신촌으로 마치 방역당국과 의료진, 지방자치단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동했다. 확진자 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다.
당장 병원 측은 18일 아침 배식 과정에서야 환자가 없어진 사실을 알아챘다. 도주한 지 8시간이 지난 뒤였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의 중대 기로에 놓인 엄중한 상황에서 기본적인 직업의식 조차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A씨가 서울시내 한 법당에도 머문 것으로 확인돼 동선을 둘러싸고 일파만파 파장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전파 우려에 범인 검거에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지만, 경찰과 서울시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A씨의 인상착의 등을 담은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동선 정보가 없어 재난문자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A씨를 두고 한 공무원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고 평했다. 공동체의 안전을 흔드는 행각은 용납해선 안된다. 정작 미꾸라지는 강물만 흐리지만 코로나19는 우리 주변의 생명을 위협한다. 명색이 ‘K방역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자랑하는 마당에 확진자 관리의 제1선이 붕괴한 사태는 국민의 낯을 뜨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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