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에 한 일 상상조차 안돼"
대선 앞두고 지지층 결집 의도 분석
中, 맞대응 자제 속 美대선 결과 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연기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11월 대선을 겨냥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중국 때리기'의 강도를 한층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주(州) 유마를 방문해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무역협상 회의를 연기했다"면서 "지금 당장은 중국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5일로 예정됐던 고위급 경제회담을 바로 전날에 전격 취소했던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새 회담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외신 보도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미중 간 대화는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1월 말에 체결된 1단계 무역합의와 이후 진행돼온 추가 협상을 무위로 돌리겠다는 건 아닌 듯하다. 그는 협상에서 철수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염두한 듯 "중국이 세계에 한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날을 바짝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도 대선을 의식한 '중국 때리기'의 일환으로 읽힌다. 최근 CNN방송 여론조사 결과 15개 경합주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격차를 1%포인트까지 좁힌 것을 두고 코로나19 책임론을 필두로 한 그의 중국 때리기 전략이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인의 반중 정서는 역대 최고치인 70%에 달한다.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무역합의 폐기까지는 가지 않되 강경한 정치적 입장만큼은 한껏 부각시키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강경 언행을 선거용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크랩트리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날 일본 닛케이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 돌이킬 수 없는 분리를 강제하고 있다"면서 "선거일까지 더 많은 소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은 가급적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다오중(査道炯)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일부 강경파가 주장하는 강력한 대미 보복이 되레 중국에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자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에 떠밀리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화웨이 제재의 강도를 더 높인 데 대해서도 맞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일단은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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