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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원피스가 궁금하거든...

입력
2020.08.20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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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의 원피스 차림이 화제가 될 만큼 진부한 사회라는 걸 한동안 잊고 있었다. 하늘거리는 질감의 빨간색 원피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을 향해서 ‘오빠 ’ ‘노래방 도우미’ 운운하며 ‘룸살롱’ 수준의 반응이 나오는 건 유감스럽다.

전문직 여성을 ‘일’이 아닌 외모로 평가하는 습관은 남성우월주의자들의 부적응증의 일종이다.

여성들이 집안일만 하던 시절에 남성들이 만나는 여성은 대개 집안의 마누라, 직장의 김비서, 술집의 김마담, 이 세 유형에 속했다. 직장에서 여성들과 ‘일’로 만난 새로운 범주의 여성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적응증. 일과 직위에 관계없이 여성의 외모와 옷차림 등을 화제 삼는 게 대표적인 증세다.

최근 상영중인 영화 ‘밤쉘’은 세계적인 미디어 폭스뉴스에서 일어난 여성앵커들의 미투 이야기를 담고 있다. CEO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폭탄선언(밤쉘)이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여성들은 늘 옷차림과 몸매를 평가당하며 살아간다. 외모 품평이 일상적이고 권력자들이 성폭력적 관계를 요구하는 조직문화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자기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연대가 필요함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류호정 의원은 "외모 품평은 여성들이 늘 당하는 일"이라면서 이 수해 복구 현장에 지원할 때도 "오늘도 언론은 원피스를 묻는다"는 말로 일침을 가하면서 새로움을 더하는 청년 국회의원의 일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식하기도 힘들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는 문화지만 외모 품평 고질적 습관은 일하는 여성에게는 대단한 무례이고 모욕이다. 그 직위에 오르기까지, 그 전문성을 갖기 위해 들어간 노력과 성취에 대한 부정이고 또 신입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류호정은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며 조문 거부로 논란이 되었다. "나 하나쯤 피해자의 편에 서 있겠다"는 입장은 피해자 중심주의에 충실한 태도로 고인에 대한 추모의 예의와는 별개의 맥락을 갖는다.

정작 국회의원 류호정에 대한 관심은 ‘비동의 강간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제출한 의정활동으로 향해야 한다. 여성운동에서 악명 높은 형법 297조에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항거불가능한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자포자기했거나, 위력에 눌려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않았다면, 또 저항의 정도가 죽을 힘을 다한 수준이 아니었다면, 강간죄 성립이 힘들어지는 조항이다. 1953년 형법 제정당시 ‘법원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만을 보호한다’는 그 유명한 ‘순결보호’ 판결이나 최근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가 꽃뱀, 불륜으로 몰렸던 근거가 됐다.

류호정 의원이 발의한 형법개정안은 형법 297조의 강간죄 성립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바꾸고, 형법 32장 ‘강간과 추행의 죄’를 ‘성적 침해의 죄’로 바꾸는 등 성범죄 패러다임을 시대에 맞는 내용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강간죄 성립 여부를 피해자의 동의에 두는 게 핵심이다. 21대 국회가 여성 인권사에 기여하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 류호정 의원실에서 진행 중이다. 여성들의 숙원 입법을 제1호 법안으로 발의한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의 행보를 주목하고 기대한다. 관심이 있다면 작은 일이라도 돕고, 도울 수 없다면 최소한 외모 품평은 자제하라.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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