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 채용을 앞둔 금융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에게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금융공공기관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필기시험 일정을 앞두고 서둘러 방역 강화에 나섰다. 대표적인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시중은행의 경우 하반기 채용 일정조차 불확실해지면서 가뜩이나 좁은 은행 채용문이 더 좁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금융권 채용 'A매치 데이' 코앞인데…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금융권 주요기업들이 공개채용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채용 규모를 확정한 곳은 한국은행(55명)과 산업은행(60명) 수출입은행(35명) 금융감독원(90명) 신용보증기금(120명) 기술보증기금(75명) 등으로 총 500여명 정도다.
특히 한은, 산은, 수은, 금감원 등 주요 기관들은 내달 12일 이른바 ‘A매치’로 불리는 필기전형을 앞두고 있다. 이들 주요 금융공기관들은 되도록 많은 취준생에게 기회를 주고자 2000년대 중반부터 관행적으로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러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A매치에도 변수가 생겼다. 이날부터 서울ㆍ경기ㆍ인천 지역에서 콘서트, 설명회 등으로 실내에 50명 이상 모이는 건 금지됐지만, 채용 및 자격증 시험의 경우 50인 이내인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전국에서 모인 다수 지원자가 한 자리에서 시험을 치르는 부담은 여전하다.
이에 우선 각 기관들은 방역 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상반기 채용 때도 수험 교실당 인원 수를 크게 줄여 진행했다"며 “하반기에도 정부 지침보다 더 강한 방역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복지부 및 (같은 날 시험 보는) 다른 기관과도 상의해 지침을 철저히 지키면서, 방역 추가 강화 및 일정 조정 등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하반기 채용은 불투명
반면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맞춰 매년 1,000명 넘는 인력을 뽑던 시중은행들은 코로나 사태로 상반기 채용을 건너 뛴데 이어, 아직 하반기 채용 일정과 규모, 방식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통상 시중은행은 8월 하반기 공채 윤곽을 마련해 9~10월 채용공고를 냈다. 그러나 올해는 주요 은행들이 8월을 열흘 남짓 남긴 이날까지 “공채 일정, 규모 모두 미정”이라고 입을 모은 상태다. A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공채 계획 수립 단계이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변경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채 일정을 시작해도 부담이 적지 않다. 일명 ‘은행고시’로 불리는 필기 시험을 위해 전국에서 5,000~6,000명이 한 곳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필기시험을 생략할 수도 없다.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를 계기로 2018년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이 제정된 이후 필기시험이 사실상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는 10월 초 추석 연휴 전후쯤 공채가 이뤄지긴 하지만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상반기 데이터,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등 특정 분야에서 수시 채용을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 가운데 NH농협은행만 공채(280명)를 진행했다.
청년 구직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상반기 채용문이 좁아지면서 하반기 경쟁률이 오를 것을 걱정했는데, 이제는 좁은 문이라도 제발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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