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막히자…온라인 판로 넓히는 명품들
"브랜드 비공개" 요구하고 접속 가능자도 제한
특유의 폐쇄적 마케팅 온라인 만나 '비밀 라방'까지
'극소수만 초대되는 '라방(라이브 방송)'이 있다?'
유통업계에 이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생긴 새로운 풍경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진행하는 폐쇄적인 라이브 방송이 생겨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해외 명품 브랜드, 그중에서도 '톱(Top)급'에 해당하는 회사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해 '노 세일(No Sale)' 정책을 고집할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꺼리는 고객이 늘면서 할인 행사뿐 아니라 온라인 판로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명품들이 '초대된 자들만을 위한 라방'을 시도하고 있다.
자존심과 장삿속 사이 …해외 명품들 "브랜드는 가려줘"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외적으로는 브랜드 이름을 가린 채 진행되는 '은밀한'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기반 상품 판매 온라인 채널)가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이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등장하는 모바일 방송으로, 초대장을 받은 시청자들만 접속해 옷,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한 명품을 소개받고 즉시 구매까지 할 수 있는 형태다.
백화점 등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여는 주체가 대외적으로 브랜드 이름을 비공개 처리하는 건 본사의 요구 조건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본사와의 협상이 굉장히 까다롭게 진행되는데, 브랜드 이름을 가리라는 요구사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명품의 이미지가 있는데 온라인 판매까지 나섰다는 점이 알려지면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어 본사가 싫어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샤넬의 경우 '샤넬'이란 두 글자에 이 브랜드의 모든 가치가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에 샤넬을 특정 판매 채널 홍보에 언급되는 걸 금지하는 식이라는 전언이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를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싶어도 본사가 허락하지 않아서 '온라인으로 명품을 판매한다'고만 알릴 뿐 어떤 브랜드인지는 밝히지 못한다"고 전했다.
라이브 커머스 채널 입장 절차도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유통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고객 데이터를 비식별화(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개인을 특정할 수 없게 가리는 조치)한 뒤 특정 브랜드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를 추린다. 경쟁사 제품 구매 이력, 주로 구매하는 품목, 나이대와 구매력 등 다양한 정보가 여기에 활용된다. 이를 기반으로 구매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골라내 문자나 애플리케이션(앱) 알림 등으로 라이브 커머스 채널에 접속할 수 있는 초청장을 발송한다. 1인당 1회에 한정해 쓸 수 있고 입장 후 추가 인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초대된 이들에게만 판매 상품 등 구체적 정보가 공유된다.
명품 특유의 보수적인 마케팅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명품관들은 외부에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특수 유리창 등을 설치하는데 어떤 고객이 오는지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VVIP 중심으로 주로 판매가 이뤄지는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을 타개하려는 전략으로 비밀스런 라이브 방송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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