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제ㆍ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월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통계 시스템에 허점이 많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핵심 통계인 가격 인상률에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갈수록 늘고 있는 전월세 전환 사례도 현황 파악이 전혀 안되고 있어서다. 정부도 뒤늦게 개선 방안을 고심 중이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임대차법을 졸속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분간은 신규계약 주로 반영... "왜곡 우려"
1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두 기관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달라진 환경에서 전세가격 조사나 산정방식 등 통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임대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전월세 가격 변동 등을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체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전셋값 인상률이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감정원은 전세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세입자가 신청하는 확정일자 관련 정보를 활용하는데,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엔 대부분 새로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는다. 신규 계약의 확정일자 정보 위주로 전셋값 통계가 매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런데 계약이 갱신되는 경우는 임대료 인상률이 5%로 제한되지만, 신규 계약은 인상률 상한선이 없다. 비중으로 치면 소수에 불과한 신규 계약이 과대 반영돼 전체 통계가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감정원이 집계한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이 6월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이달 초 0.2%까지 오른 것은 이런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현재 통계에는 주로 신규 계약만 잡히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기존 계약 갱신이 제대로 반영될 경우 등락폭에 차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전부터 우려"... 졸속 추진 논란
전월세 시장 전반에 대한 통계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차법 시행 후 급격히 늘고 있는 월세 전환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감정원은 현재 전세 통계만 내고 있어 반전세로 바뀌는 거래의 숫자나 가격 움직임 등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임대차 3법 중 하나로 내년 6월로 시행이 연기된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정부 관계자 역시 "특정 항목에 가중치를 두는 식으로 보정은 가능하겠지만, 결국에는 신고제가 통계가 충분히 누적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법을 졸속 추진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교수는 "전셋값 인상률이 높게 나와 정책 효과가 반감되니까 이제와서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하지만 이미 제도 시행 전부터 예견됐던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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