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잠적에도 시민 알림 문자에는 '가출'
가족인 시청 직원도 서울 광화문 집회 참석
市 "경황없어...직원 가족이라 늑장공개 아냐"
경북 포항시가 포항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56번 환자의 도주 사실을 잠적 4시간이 지나서야 시민들에게 알려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이 환자가 포항시청 직원 가족으로 알려지면서 포항시 내부에서도 '직원 가족이라 일부러 늦게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17일 오후 4시3분쯤 휴대폰 안전 안내 문자로 '코로나19 확진자 가출'이라는 문구와 함께 56번 환자의 인상착의를 공개하고 발견 즉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문자가 발송된 시간은 이날 낮 12시쯤 환자가 집을 나가 거리를 활보하고 4시간이 지나서였다. 이 환자는 또 '집에서 대기하라'는 연락에도 이를 어기고 잠적했지만, 포항시는 '가출'로 표시해 빈축을 샀다.
한 포항시민은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도 공개하는데 감염병 환자가 도주해 돌아다니는상황에서 4시간이 지나서야 인상착의를 알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온 시민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데 포항시가 가출이라 표시한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56번 환자는 포항시청 직원 가족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시청 직원들 사이에도 "도망간 확진자가 직원 가족이어서 숨겼다가 늦게 공개로 전환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포항시청 한 직원은 "도망간 환자가 직원 가족이라는 것도 몇몇 직원들만 알고 있다"며 "얘기를 듣고 너무 부끄럽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56번 환자의 가족인 포항시청 직원은 56번 환자와 함께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은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상경했고, 자녀 2명과 서울 사랑제일교회 고등학생 신자 1명도 태워 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북도, 포항시가 지난 14일부터 '서울 광복절 집회 참석자와 서울 사랑제일교회 신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문자를 발송했지만, 해당 직원은 지난 17일 56번 환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뒤 보건소 지시로 검사를 받았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시민들에게 확진자의 도주 사실과 인상착의를 늦게 공개한 건 잘못한 일이다"면서도 "환자를 찾느라 경황이 없어 문자 발송이 늦어진 것일 뿐 직원 가족이라 고의로 늦게 알린 건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포항시는 병원 입원을 거부하고 도주하다 잡힌 56번 환자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