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 A레벨 시험 실시 못해
기존 성적 기반 예상 점수 산출했지만
"사립학교 유리" 형평성 논란 빚어져
영국 교육 당국이 학생들의 대입 여부를 결정하는 A레벨(대학 입학시험) 점수를 철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A레벨 시험이 취소되면서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평소 실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수를 산출해 발표했지만 형평성 논란이 빚어지자 결국 취소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개빈 윌리엄슨 교육부 장관과 시험감독청은 이날 A레벨과 중등자격졸업시험(GCSE) 점수를 사실상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로저 테일러 시험감독청장은 성명에서 “당국은 교육 자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려고 했지만 학생들의 믿음을 잃었다”며 “교사가 제출한 예상 성적에 따라 점수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에는 당국과 교사가 산출한 성적 중 더 높은 수치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통상 매년 5,6월쯤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A레벨 시험을 치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모든 시험을 취소했다. 대신 교육 당국이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성적을 책정했다. 문제는 시험감독청이 13일 발표한 성적에서 수험생의 40%가 교사가 제출한 예상 점수보다 낮은 등급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그러자 형평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성토가 잇따랐고, 교육 당국은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각 대학의 입시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 영국 명문대들은 이미 올 초에 기존 성적을 토대로 조건부 합격자를 발표했으나 학생들의 성적 등급이 예상보다 하락하면서 합격 여부에 문제가 생긴 상황이다. 여기에 ‘고교 등급제’ 논란까지 터져 나왔다. 시험감독청이 성적을 산출할 때 학교 전체의 학업 성취도까지 반영하면서 고액 수업료를 내는 사립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공립학교 학생들보다 높게 책정된 것이다.
시험감독청은 20일 교사들의 판단을 근거로 한 새 성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프 바튼 영국 중등학교장연합(ASCL) 사무총장은 “명백한 불의를 해결하기 위한 대가”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도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의 시도가 도에 지나쳤다”며 철회 조치를 환영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기술 분야 학생들의 대입 자료로 쓰이는 B텍 과정 성적은 아직 철회되지 않았다”면서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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