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거 반대 뜻은 굽히지 않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수십만 명이 몰린 퇴진 시위에 "권력 일부를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선거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AP와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수도 민스크의 국영 MZKT 트럭 공장 노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권력을 공유할 용의가 있고 이를 위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면서도 "시위대의 압력에 굴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죽기 전까지는 야당이 원하는 새 대통령 선거는 없을 것"이라며 "압력에 굴하거나 길거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헌법에 따라 나의 권한을 이관하겠다"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6년째 집권하고 있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다. 그는 지난 9일 대선에서 득표율 80%로 또다시 재임에 성공했다. 벨라루스 야권과 유럽연합(EU)은 부정 선거가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선 이후 벨라루스에서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전날에는 20만명 규모의 시위대가 민스크 중심부에 위치한 독립광장 일대에 집결했다. 이는 1994년 루카셴코 대통령 집권 이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대결한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화상으로 성명을 내고 "나는 벨라루스를 진정시키고 정상화시키기 위해 국가 정상으로서 책임을 지고 행동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당국에 체포된 반체제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이다. 티하놉스키는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말 체포돼 수감됐으며, 티하놉스카야는 남편을 대신해 출사표를 던졌다.
한편 EU 27개국 회원국 정상들은 벨라루스의 상황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화상회의를 19일 연다. 이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벨라루스 국민들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고 그들의 지도자를 자유롭게 선출할 권리가 있다"면서 회의 소집 사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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