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직원들을 끌어안고 버텨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데 사표 내는 직원을 붙잡을 방도가 없어요."
국내 여행사 관계자는 현재 여행업계에 벌어지고 있는 직원 이탈 현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유ㆍ무급 휴가를 실시해 직원들의 사표를 최대한 막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직원 복귀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데다,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중심 업종을 위한 지원이 없는 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다.
1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업체마다 소폭 차이가 있지만 국내 대부분 여행사들은 10% 내외의 필수 인력이 주 3회꼴로 회사로 출근하며, 아예 일을 쉬는 휴직 비중이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ㆍ무급 휴직자를 위한 임금은 정부 고용유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여행사 출신 이직자들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투어 직원은 2,406명(6월 말 기준)으로 3월 말 2,481명에서 3개월 사이 75명이 줄었다. 작년 12월 말 대비 1분기 직원 규모가 19명 감소, 상반기에만 94명이 줄었다.
직원 감소세는 여행업계에서 속속 포착되고 있다. 노랑풍선과 모두투어 상반기 직원 감소 수는 각각 53명, 52명이다. 레드캡투어 40명, 참좋은여행 19명, 세중 9명이 각각 줄었다. 롯데관광개발은 오히려 99명 늘었는데, 여행 부문 직원을 늘린 게 아니라 제주도에서 추진 중인 복합리조트 드림타워 구축에 필요한 인력을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도 여행은 접는 분위기라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은 "직원 줄사표는 예견됐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여행사들은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인 아웃바운드 비중이 절대적이다. 외국인의 국내여행(인바운드) 상품도 주력 품목이 아닌 데다, 정부가 추진하는 여행업 지원책이 내국인의 국내여행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이라 여행사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실제 국내 여행사들의 평균적인 국내 여행 비중은 전체의 5%도 안 된다. 매출 비중은 3% 미만, 수익률은 1% 아래다. 현재 회복 중인 여행 수요가 국내 여행이라 여행사들은 여전히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해외 시장이 열리고 그 수요가 발생해야 국내 여행업은 돌아가게 돼 있는데, 이게 안 되니 대부분 여행사 직원들이 휴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고 요금도 저렴해 국내에선 굳이 여행 상품을 이용해 떠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여부가 아직 발표되지 않아 여행사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3월 시작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지원 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에 하나투어처럼 3월부터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다음 달부터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다. 지원금이 끊기면 이미 무급휴직에 들어간 직원들도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어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여부 발표에서 연장 결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장기적 시각에서 국내 여행업종의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면서 여행업의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책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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