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뇌관으로 떠오른 건 역대 최장 장마로 교회 내부로 교인들이 몰려들면서 기본적인 방역수칙인 거리두기조차 지키지 않은 탓이다. 밀폐된 공간에 밀집한 신도들이 찬송가를 함께 부르는 등 밀접 접촉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이는 높은 양성률과 빠른 전파속도로 이어졌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은 이 교회 교인 2,000여명 중 확진자는 312명(서울시 발표는 315명)이다. 양성률은 16.1%. 방역당국조차 “양성률이 높아 신속한 검사와 격리가 요구된다”(김강립 중안본 1총괄조정관)고 강조할 정도다. 누적 환자수는 이미 이태원 클럽(277명)을 뛰어 넘었다. 대구ㆍ경북 집단감염을 주도한 신천지(5,214명)에 이어 두 번째다.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속도가 빠르고 양성률이 높은 이유는 ‘3밀(밀폐ㆍ밀집ㆍ밀접)’ 예배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랑제일교회는 교회 실내 공간에 교인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야외주차장에 의자를 두고 실내외에서 같이 예배를 봤는데, 최근 장마로 실외에 있던 교인들도 실내에서 예배를 보게 되면서 밀집ㆍ밀접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앞서 15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기자설명회에서 “지난 9일 비가 내려 실내 밀집도가 매우 높아졌고, 예배 시 신도들 간 거리가 1m 이내로 매우 가까웠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개인 간 2m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찬송가를 부르거나 ‘아멘’을 외치는 등 통성기도 과정에서 침방울 등을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가 빠르게 이뤄졌다는 얘기다. 신천지 역시 예배당 바닥에 방석을 깔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 기도하고, 예배 중 ‘사랑합니다’라고 서로 인사하는 등 기본 방역수칙조차 무시해 일을 키웠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까지 파악한 교인ㆍ방문객 4,066명 중 25.7%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아 ‘제2의 신천지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주소가 불분명한 553명과 통화 연결이 안 되는 492명 등 1,045명의 신원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경찰 협조를 구해 최대한 신원 파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도 감염력을 가진다. 신원 파악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전국 곳곳으로 퍼진 이들이 지역사회 활동으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단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인 모를 깜깜이 집단감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는 1983년 전광훈 담임목사가 세운 곳으로 이 교회는 그간 신종 코로나 방역을 두고 수차례 서울시ㆍ성북구와 충돌해왔다. 지난 2월 전 담임목사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자 집회금지명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주말 예배를 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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