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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팀 첫 여성코치 신소정 “성별보다 실력ㆍ열정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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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팀 첫 여성코치 신소정 “성별보다 실력ㆍ열정을 봐주세요”

입력
2020.08.17 17:5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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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단일팀 수문장서 골리 코치로 변신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수문장에서 여성 최초로 남자 실업팀의 코치가 된 신소정 코치가 1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대명 킬러웨일즈의 골리 이창민(왼쪽), 이연승에게 영상 분석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수문장에서 여성 최초로 남자 실업팀의 코치가 된 신소정 코치가 1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대명 킬러웨일즈의 골리 이창민(왼쪽), 이연승에게 영상 분석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마지막 방어선을 지켰던 골리(골키퍼) 신소정(30)이 ‘금녀의 벽’을 허물고 한국 아이스하키 최초의 남자 실업팀 지도자로 돌아왔다.

거칠고 남성적인 스포츠의 대명사로 꼽히는 종목에서 골리 코치로 남자팀 대명 킬러웨일즈에 합류한 신소정 코치는 17일 서울 목동빙상장에서 팀 소집 후 처음 빙판 위 훈련을 지도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선진 아이스하키를 경험한 신 코치는 국내 선수로만 구성된 골리 3명 박계훈(28) 이창민(28) 이연승(25)과 1시간가량 훈련했다. 또 태블릿 PC로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꼼꼼하게 영상을 촬영하고 모니터링까지 거쳤다.

남자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첫 빙판 훈련을 마친 신 코치는 취재진과 만나 “성별만 다를 뿐 지도 방식이나 훈련 방법은 똑같다. 사실 선수들도 현역 시절 훈련할 때 봤던 후배들이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훈련 공백기도 길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소정이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신소정이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처음으로 여성 코치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 역시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평창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출신 박계훈은 “신 코치님과 링크 안에서 경기하는 것도 아니고, 몸싸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성별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기완 대명 단장은 신 코치의 영입 배경에 대해 “성별을 떠나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신 코치는 2003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무려 16년간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골문을 지킨 대들보다. 초ㆍ중ㆍ고교는 물론 대학팀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끝까지 대한민국 빙판을 지켰다. 2013년 캐나다 대학으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떠났고 2016년엔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NWHL) 진출하는 등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며 기량을 닦았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에서는 남북 단일팀을 골문을 지켰다. 특히 세계 6위 스위스와 순위 결정전에서 53개의 슈팅 중 51개를 막는 선방쇼를 펼치며 대활약했다.

신 코치는 "올림픽만 보고 달려오다보니 사실 평창 올림픽 이후 목표 의식이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2018년 은퇴를 결심했다. 이후 연기학원을 다니며 연기자 꿈을 키우기도 했지만 이듬해 모교인 캐나다 프랜시스 자비에르 대학에서 내민 골리 코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시 빙판으로 돌아왔다. 신 코치는 “올림픽까지 쉼 없이 달려오느라 1년간 푹 쉬어보자는 생각에 아이스하키와 관련 없는 일에 이것저것 도전했다”고 말했다. 특히 연기 공부에 대해 "16년 동안 감정을 속으로 삭여야 하는 골리 인생을 살았다. 그래서 '이제는 감정을 표출해 보자'는 생각에 연기를 배웠는데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결국 내가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아이스하키였다”고 복귀 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캐나다 대학 리그가 취소되면서 신 코치는 한국으로 귀국해야했고 국내에서 꿈나무들을 가르치던 중 대명과 인연이 닿았다.


평창올림픽 당시의 신소정. 대명 제공

평창올림픽 당시의 신소정. 대명 제공


남들이 걸어가지 않은 빙판길을 홀로 개척했던 신 코치는 “비인기 종목이라 기회가 많았지만, 반대로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고 인정해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대명도 '여성'이라는 성별보다 실력과 순수한 열정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소통과 세밀함을 지도 철학으로 내건 신 코치는 “이번 도전도 자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나중엔 '감독'으로 동계 올림픽을 다시 한번 치르고 싶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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