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9분의1로 급감... 단기 적자만 11조
대선 앞둔 '정치적 득실'에 지원책도 미흡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뉴욕지하철이 멈춰 설 위험에 처했다. 뉴욕지하철을 운영하는 미 최대 대중교통시스템 뉴욕주(州)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가 파산 위기를 맞은 것이다. 안 그래도 만성 적자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이용객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당장 자금을 지원해도 부족할 판이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정치적 계산에만 골몰해 교통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MTA는 말 그대로 2,000만 뉴욕주 시민의 발이다. 뉴욕시와 그 인근지역에서 버스와 철도, 지하철, 유료도로 등 거의 모든 교통수단에 관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1904년 개통된 지하철 비중이 가장 크다. 2009년 미국 인구통계에 따르면 뉴욕시 통근자 가운데 지하철 이용자는 39%나 됐다. 18%는 버스ㆍ기차, 개인 차량 이용자는 23 %에 그쳤다. 악명 높은 뉴욕의 교통환경 탓에 대중교통 의존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전만해도 MTA의 일일 이용객 수는 주 인구의 절반인 1,000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 놨다. 특히 이용객 수 감소는 존립을 위협할 수준이다. MTA에 따르면 지난 3월 바이러스가 급격히 창궐한 이후 일일 이용객은 평소 9분의1에 불과한 110만명에 머물고 있다. 하루 평균 540만명을 실어 나르며 24시간 운행이 원칙이던 뉴욕지하철도 5월부터 오전 5시에서 익일 오전 1시까지만 운영한다. 소독 등 방역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실상은 노숙자들만 태운 지하철을 운행해 봤자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자구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MTA는 약 3,000명의 직원을 감축했고 이달부터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무료였던 뉴욕시 버스 요금도 다시 징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적자폭을 메우기엔 언감생심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6일(현지시간) MTA의 단기 적자를 100억달러(약 11조8,474억원)로 예상했다. 팻 포이 MTA 회장은 지난달 정기이사회에서 “정상 운영을 위해 주당 3억달러를 지출하는데, 2억달러는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MTA는 연방정부가 120억달러는 더 내놔야 적자를 만회할 수 있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3월 의회를 통과한 코로나19 경기부양안을 통해 40억달러만 수혈했다.
문제는 생존이 걸린 민생 이슈에도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뉴욕주 수장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일 때 트럼프 대통령과 단단히 각을 세웠던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 때문에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리 없다는 전망이 많다. 반대로 쿠오모 주지사 입장에서도 노조를 우군으로 삼고 있는 터라 대선을 앞두고 표를 깎아 먹는 대규모 추가 구조조정 등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폴리티코는 “MTA 예산 3분의2 이상이 인건비로 사용되고 있으나 추가 인력 감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뉴욕지하철의 운명이 정치적 이해 득실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이 주저하는 사이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객 권익단체인 라이더스얼라이언스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MTA가 지하철 노선 절반을 폐쇄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비영리기관 리저널플랜어소시에이션도 “올해 예상되는 적자를 보충하려면 향후 6개월 동안 대중교통 요금을 3배 인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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