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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거리두기' 했더니, 통합당이 술술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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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거리두기' 했더니, 통합당이 술술 풀린다

입력
2020.08.20 16:30
수정
2020.08.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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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옥중서신에도 '보수 결집' 효과 미미
"극우 태극기 껴안기 전략, 시효 다했다" 진단
중도층 사이에서 지지율 민주당 추월

지난해 3월 '박근혜 탄핵 2년'을 앞두고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제112차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박근혜 탄핵 2년'을 앞두고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제112차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대통령 탄핵의 원죄가 있는 미래통합당이 '박근혜 멍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광복절 석방론을 차단하고 8ㆍ15 광화문 집회와 거리를 뒀다. '박근혜 그림자'가 옅어진 덕에 요즘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통합당이 이제라도 탄핵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판을 쥐락펴락하는 '선거의 여왕'이었다. 불리한 선거 구도에서도 "대전은요?(2006년 지방선거)"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18대 총선)" 말 한마디로 판세를 휙휙 뒤집었다. 하지만 탄핵 전후인 2016년을 기점으로 여왕의 그림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박'자만 어른거려도 보수가 결집하던 시대는 저물었다.

20대 총선 이후로 4번 연속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 보수 정당(새누리당, 자유한국당, 통합당으로 당명 변경)의 뼈 아픈 현실이다.

21대 총선 전인 올해 3월 4일 공개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은 의미심장한 사례다. 최측근이자 유일한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대독한 서신에서 박 전 대통령은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며 보수 결집을 명백하게 주문했다.

하지만 '박근혜 효과'는 작동하지 않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창당(올해 2월 3주) 당시 23%였던 통합당 지지율은, 2주 뒤 같은 조사에서 되레 22%로 뒷걸음질쳤다. 같은 기간 보수층의 통합당 지지율도 52%에서 55%로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6월에는 최서원(최순실)씨가 옥중 회고기를 출간해 박 전 대통령의 무고함을 호소했고, 지난달에는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있었다. 그러나 극소수 지지층만 동요할 뿐, 통합당 지지율은 꿈틀대지 않았다.

통합당 내에서도 '박근혜 효과'가 시효를 다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총선 과정에서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는 옥중 서신을 "천금같은 말씀"이라 치켜세웠고,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도 "감옥에서 의로운 결정을 했다"고 평하며 '박근혜 결집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결과는 통합당의 총선 참패였다. 통합당 당 관계자는 "이번 총선 결과로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 '보수 유튜버'의 목소리가 얼마나 과대 대표됐는지 증명된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박근혜 거리두기'에 통합당 지지율은 요즘 반등세다. 최근 광복절을 앞두고 윤상현 무소속 의원 등 과거 친박 의원을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 석방론'을 띄웠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판단할 일로 당 차원의 이야기는 적절치 않다"고 즉각 선을 그었다.

8ㆍ15 광화문 집회에 참여해 광장의 보수 세력과 손 잡자는 주장도 당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참여하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입장이 워낙 단호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통합당의 행보에 탄핵으로 떠나간 중도층이 돌아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이달 10∼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0.3%포인트 내린 34.8%, 통합당은 1.7%포인트 오른 36.3%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의 통합당 지지세(39.8%)가 민주당(31.3%)에 비해 도드라졌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합당 입장에선 극단을 바라보기보다 중도를 공략하는 것이 확장성이 더 크다"며 "극우 세력에 선을 긋고, 호남과 중도층을 껴안는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한 반응이 최근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에 앞으로도 통합당에서는 '박근혜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중도 확장 정책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14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통합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탄핵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야권 일각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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