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까지 다시 터지니 더는 버틸 재간이 없네요."
연휴 마지막 날인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전모(64)씨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40년 넘게 가방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전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월부터 매달 400만원씩 적자인생"이라고 했다. 지난달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집을 내다판 뒤 정부의 저리대출까지 모두 끌어다가 '평생의 업'을 지켜보려 했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재기에 대한 미련마저 버렸다고 했다. 그는 "속이 상해 지난 3일 동안 가게 문도 안 열고 집에만 있었다"고 토로했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재유행 공포가 확산하자 소상공인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점점 나아질 거란 기대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는데, 최근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며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며 위기감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오후 찾은 남대문시장 거리는 연휴의 마지막날인데도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북적거려야 할 시장 거리엔 손님 10여명 정도만 눈에 띌 뿐이었다. 상인들끼리 주변 점포를 오가며 "오늘 개시(첫 판매) 했냐"는 말을 인사처럼 건네는 가운데, 대다수 상인은 "일찍 문을 열었지만 하나도 못 팔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상인들 얼굴에선 여름 대목에 대한 기대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토로했다. 역대급 장마로 인해 여름 대목 장사를 놓친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에 손님 발길이 완전히 끊겨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휴일 대목인데도 아예 문을 닫은 점포도 적잖았다. 시장 측에 따르면 시장 내 상가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상당수 상가에선 휴업하거나 폐업한 점포가 3곳 중 1곳(30%)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호소도 줄을 이었다. 전씨처럼 그간 대출 등으로 겨우 버텼는데 적자가 이어지다 보니 대출이자 내기도 빠듯한 경우가 허다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월세를 30%까지 깎아줬던 건물주들이 "우리도 죽을 판"이라며 지원을 끊으면서 벼랑 끝까지 내몰리는 상황이다. 지갑 등을 파는 조모(62)씨는 "장사가 안 돼 가게를 닫아두려 해도 상인회에서 '점포가 문을 닫아두면 을씨년스러워 사람들이 안 온다'며 출근을 권한다"며 "억지로 출근을 하지만 전기세나 냉방비 나갈 생각을 하면 속이 탄다"고 했다.
상인들은 일부 교회 등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감염병 확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쏟아냈다. 그릇 등 식기를 판매하는 김학순(64)씨는 "우리는 시장 내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방역수칙을 지켜 단 1명의 추가 확진자도 없었다"면서 "이 와중에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은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최근 남대문시장 케네디 상가 등에서 일부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시장 상인 상대의 전수조사를 거쳐 모두 음성을 확인하면서 다른 점포 전파이력을 차단했다.
상인들은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호소했다. 문남엽 남대문시장상인회장은 "8월 휴가철이 지나면 폐업하는 점포가 더 늘어날 걸로 보인다"며 "소상공인 지원대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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