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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ㆍ이태원發 위기 때보다 심각… "섣부른 교회 소모임 허용이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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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ㆍ이태원發 위기 때보다 심각… "섣부른 교회 소모임 허용이 화근"

입력
2020.08.16 16:39
수정
2020.08.16 23:56
3면
0 0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전국 확산, 방역 불응
외식ㆍ여행 등?쿠폰 발행 등 '정부 책임론'도 거세
전문가 "수도권 3단계ㆍ전국 2단계로 방역 조여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일일 국내 지역사회 발생 규모가 159일만에 2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의 안이했던 상황인식과 특정 종교단체의 일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지난 2월 대구 신천지 관련 확진 폭증 사태와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때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 정부의 강력한 방역대응을 촉구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등 두 곳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1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190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249명에 달했다. 특정 교회에서 하루 사이 100명 넘는 환자가 발생한 건 대구 신천지 사태 때 이후 처음이다.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1,897명이 참여한 지난 9일 예배가 확산 기폭제로 작용했는데, 당시 우천으로 실내 밀집도가 높아져 예배 시 신도들 간 거리가 1m 이내로 매우 가까웠고 이 상태로 찬송가 등을 부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제일교회에서도 같은 시간 기준 교인 17명과 지인 4명 등이 추가 확진판정을 받아 누적 126명으로 집계됐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신자들이 마스크를 아예 쓰지 않거나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노래를 불렀고, 예배 뒤 단체 식사, 소규모 모임 등을 가져 위험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중대본이 이날 0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771명과 우리제일교회 404명이 진단검사를 받았다고 밝힘에 따라 당분간 추가 확진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 출입 통제 및 집회 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 출입 통제 및 집회 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대구 신천지ㆍ이태원 확산 때 보다 '심각'

이번 신종 코로나 대확산 사태는 대구 신천지 관련 집단감염과 이태원발 재확산에 이은 세 번째 주요한 위기이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앞선 두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대구 신천지 사태 때는 첫 확진자 발생(2월18일) 후 상황이 극에 달했던 2월22일부터 3월 초순까지 대구에서만 하루 사이 최대 741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정도로 매우 긴박했다. 다만 초반에 정부의 방역대응에 다소 불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신천지 측은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존립 마저 위협받자 교인 명단을 제출하며 적극 협조에 나섰다. 사실상 대부분의 교인들이 진단검사를 받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간 덕분에 사태는 빠르게 진정됐다.

지난 5월 서울 이태원발 재확산 때도 다시 한 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70명대까지 치솟으며 긴장을 자아냈지만, 확진자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고 이태원 방문자들의 자발적인 진단검사와 통신사 기지국 등을 통한 방문자 명단 확보로 비교적 빠르게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대구라는 한 지역에 사실상 국한됐던 신천지 때와 달리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대전, 충남 천안과 서산 등에서 발견됐고, 우리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도 경기를 너머 충남 당진까지 뻗어갔다.

방역에 대한 협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측이 정부에 제출한 진단검사 대상 명단은 4,066명이지만, 이 중 669명이 주소 불명 등으로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측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직원이 직접 집집마다 방문해 검사와 자가격리를 촉구할 방침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는 "만에 하나 노모와 함께 살거나 개강을 앞둔 자녀가 있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진단검사 및 자가격리를 시행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발생한 가운데 16일 방역 관계자들이 교회 주변에 대해 방역을 시작하자 교인들이 나와 손으로 'X를 그리며 항의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발생한 가운데 16일 방역 관계자들이 교회 주변에 대해 방역을 시작하자 교인들이 나와 손으로 'X를 그리며 항의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부 안이한 인식 도마 올라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화를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0일 교회 방역강화조치를 시행했지만 2주 만에 해제했다. 6월 이후 한동안 수도권과 광주, 대전 등을 중심으로 교회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함에 따라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듯 했지만, 감염사례가 소폭 줄었다는 이유로 금방 이를 풀어준 것이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7말8초'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자칫 국민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교회 소모임 등으로 인한 감염 사례는 거의 발생하지 않아 조치를 해제한다"고 말해 의료계의 우려를 샀다.

더불어 정부는 최근 외식활성화 캠페인, 여행 및 영화보기 장려 등을 위한 소비할인권 6종 발행 등을 시행했다. 이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기해 잠정 중단됐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휴가로 인한 유동인구와 밀접 접촉이 전국적으로 크게 늘 수밖에 없는 휴가철을 앞두고 정부 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방역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경제를 지탱하는데 너무 집중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가 7개월여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많이 지쳐있는 와중에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외부활동 등을 장려하며 희망고문을 한 것"이라며 "결국 방역 자체가 엉망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제대로 차단하려면 방역조치를 2주 단위로 찔끔찔끔 하기 보다는 한 달이나 4~5주씩 강하게 바짝 조여야 한다"며 "그래야 겨울이 오기 전에 확산세를 다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국민들도 위기의식을 가질 수 있다"며 "전국은 2단계, 수도권은 3단계 등으로 격상해야 2주 후 그나마 나은 상황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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