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7월까지 성적은 33승35패(승률 0.485), 순위는 8위였다. 5위 LG와는 4.5경기, 4위 KIA와는 5경기차였다. 6월부터 ‘팔ㆍ치ㆍ올(8월에 치고 올라간다)’을 줄곧 얘기했던 허문회 롯데 감독이나 선수단의 믿음이 과연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강하게 달렸다.
8월이 시작됐다. 롯데는 이달 들어 KIA 2연승, 두산 1승1무, NC 1승까지 6연승을 달렸다. NC와 두 번째 경기를 내줘 연승은 끊겼지만 16일 현재 8월 성적은 7승1무3패로 5위 KIA와 격차가 2.5경기(시즌 성적 40승1무38패)가 됐다.
허 감독이 말한 ‘팔치올’의 근거는 ‘비축의 힘’이었다. 주전급의 체력을 비축하고 부상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관리했다. 야구는 상대성으로 우리가 강해져도 이기지만 상대가 약해져도 이길 수 있다는 논리를 근거로 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비축한 힘만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상대로 여겨졌던 KIA, 두산, NC와 일전을 버텨내며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팔치올’은 허 감독의 믿음과 계산대로 흘러갔다.
사실 시즌 전 5강 예상을 하며 롯데를 5위권 안에 넣었다. 가장 큰 이유는 선발 투수였다. 박세웅 서준원의 성장과 활약을 크게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까지 등판 승률 5할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박세웅과 서준원의 결과는 롯데가 5위권으로 올라갈 동력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약속의 8월’은 박세웅의 손에서 시작됐다. 롯데의 8월 7승 중 6승이 선발승이었고, 그 중 2승을 박세웅이 거뒀다. 이제 박세웅은 마운드 위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지 않는다. 타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빠른 공을 쓰는 방법과 생각을 바꾼 게 주효했다. 타자의 타이밍 흔들기에 재미를 느끼는 듯했다. 마운드 위에서 표정까지 밝게 바뀌었다.
베테랑 노경은은 올 시즌 새롭게 추가한 너클볼을 상대에 의식시키며 게임 주도권과 자신감을 되찾았다. 2경기 0점대 평균자책점과 1승을 얻었다.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다소 지치기는 했지만 타선과 궁합이 맞기 시작하면서 승수 쌓기에 가속이 붙었다.
타선에서는 허 감독의 무한 신뢰를 받았던 정훈과 한동희가 결과를 냈다. 올 시즌 정훈은 득점권 타율 0.440, OPS 1.185(장타율 0.640ㆍ출루율 0.545)를 기록하며 상대 팀에 ‘득점권의 악마’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포스트 이대호’를 향해 나날이 발전 중인 한동희도 이번에는 기회의 열매를 놓치지 않고 착실히 따 먹고 있다. 7월 한 달에만 홈런 7개를 몰아치며 개인 첫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강타자의 상징적 의미인 OPS 1.000을 넘어섰다. 8월에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무엇보다 좋은 공은 치고 나쁜 공에는 배트가 멈춘다. 호구필타, 상대 투수에 있어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가 됐다. 정훈의 집중력과 한동희의 성장은 중심 타선의 얼굴을 바꿨고, NC나 두산 등 상위권 팀들처럼 롯데 타선 역시 상하위 타선의 구분이 사라지게 했다.
최소 실책도 롯데를 지탱한 힘이 됐다. 허 감독은 8월 급상승세를 탄 원동력으로 가장 먼저 ‘팀 실책 수’를 꼽았다. 롯데는 지금 실수가 적고, 상대 실수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수비에서 먼저 무너지지 않으니 가라앉은 분위기도 되살린다. 실제 지난 SK, 두산전은 상대 실수 덕을 봤지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게 중요했다. 운도, 기세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팔치올, 8월의 시작을 돌아보니 치고 올라갈 기회가 찾아왔다. 아니 스스로 만들어 냈다. 그러니 이제 놓치지 않아야 한다. 승부는 타이밍이고, 결단이다. 지금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5강을 목표로 하는 건 부족하다. 최소 3위권 안에 들어가려 해야 한다. 롯데의 '팔치올'이 허 감독의 믿음대로 마무리되려면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 고전 중인 외국인 투수 샘슨 등 고민거리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 흐름이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 오를 수 있을 때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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