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니스 최고 랭킹 보유자인 권순우(23ㆍ당진시청ㆍ70위)가 메이저대회 첫 승리를 꿈꾸며 미국으로 떠났다. 쉬는 동안 체력을 끌어올리며 심기일전한 권순우는 랭킹 사냥에 다시 나선다.
권순우는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계신 만큼 성적으로 보여드리고 싶다"며 "메이저대회 첫 승을 목표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권순우는 22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웨스턴 & 서던오픈을 시작으로 31일부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참가한다.
권순우는 올해 상반기 상승궤도에 올라 연일 자신의 기록을 경신해왔다. 4개 대회 연속 8강에 진출하고, 2016년 윔블던 준우승자인 밀로시 라오니치(30ㆍ캐나다ㆍ30위)와 대결해 승리하기도 했다. 권순우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던 시기였다"며 "특히 라오니치를 이겼을 때가 가장 좋았는데, 큰 선수를 상대로 서브 에이스를 38개나 먹으면서 해낸 승리라 더욱 값졌다"고 설명했다.
늘 TV에서만 보던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34ㆍ스페인)과 꿈같은 승부를 펼치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경기 시작 전엔 처참하게 질 수도 있겠단 생각에 부담감이 컸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즐거웠단다. 권순우는 "나달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자신의 플레이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며 "자기만의 무기가 확실하고,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나달은 권순우에게 '앞으로 더 잘할 것 같다'며 관심을 보였는데, 괜한 빈말이 아니었다. 나달은 이후에도 다른 대회에서 권순우를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컨디션을 묻기도 했다. 권순우는 "같은 선수이지만, 그에게 인정받은 느낌이라 좋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고 뿌듯해 했다.
처음으로 60위권에 들며 상승세를 내달릴 때 코로나19로 투어가 멈췄다. 권순우는 "랭킹도 오르고, 올림픽을 했다면 성적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때라 조금 아쉽긴 했다"며 "그래도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권순우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오랫동안 한국에 머물었다. 테니스장도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못 보던 친구들과 만나 놀기도 했다. 권순우는 "혼자 영화보고 노래방 가는 걸 좋아하는데, 그마저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자전거에 새로운 취미를 붙였다"며 "오랜만에 본 누나들과도 재미있게 지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대회 내내 함께하던 바나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권순우는 1월 호주오픈 때 해설위원이 지적할 정도로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많이 잡혔다. 그는 "원래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는데 허기가 지면 어지럽고 땀도 많이 나서 안 먹을 수가 없었다"며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보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바나나우유도 먹지 않을 정도로 한동안 바나나를 끊었는데, 요즘은 좀 생각나긴 한다"며 웃어보였다.
미국에서 5개월 만에 투어 일정을 다시 시작하는 권순우는 "코로나19 위험성에 출전을 포기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나는 위험하단 생각에 대회를 포기할 상황도 아니고 랭킹도 올리고 싶어서 출전을 결정했다"며 "몸 상태도 시합 감각만 되찾으면 완벽한 수준이라 빨리 시합을 하고 싶다"고 했다.
메이저대회를 겨냥해 몸을 만든 만큼 본선부터 출전하는 US오픈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권순우가 이 대회 첫 경기에서 이기면 목표하던 메이저대회 1승을 달성하게 된다. 그는 "체력 때문에 5세트 경기에서 항상 졌던 것 같아, 체력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며 "그리고 처음부터 힘을 100% 실어서 공을 치지 말고, 70~80% 정도만 쓸 수 있게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관중 경기가 어색하겠지만, 연습경기 느낌이 나 편할 수 있다"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많지 않을까, 이변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메이저 첫 승을 한다면 자신감이 더 생길 것 같아, 꼭 US오픈 1회전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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