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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네거티브 광고로 역전 가능할까?

입력
2020.08.16 12: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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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
박홍민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트럼프의 선거광고 캡처.

트럼프의 선거광고 캡처.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정했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전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선거운동은 후보의 유세와 선거운동원의 가정방문을 중심으로 하는 ‘지상전(ground war)’과 대중매체를 통한 선거 광고를 중심으로 하는 ‘공중전(air war)’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번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공중전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광고는 30초 정도 짧게 편집되어 주로 TV에 사용되는데, 최근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더 긴 것도 많다. 그중에 지난 수십년간 성공적이라고 알려진 패턴이 있다. 첫째, ‘평균’적인 유권자가 나와서 후보자의 자질을 지지하는 인터뷰 형식이다. 친근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고, 특정 시청자를 공략하기 위해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등장하기도 한다. 둘째, 후보자의 인생 스토리를 보여주는 드라마 형식이다. 약간 촌스러운 어린 시절 모습과 국가를 걱정하는 청년기가 들어가면 금상첨화다. 셋째, 후보자가 직접 얼굴을 보이며 여러 이슈를 진지하게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이다. 중간에 전문가나 언론의 공신력을 이용해 정당성을 높이기도 한다. 넷째, 최근에는 상대 후보의 광고를 일부 인용하면서 이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도 많이 쓰인다. 팩트 체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뉴스가 방영되는 시간 근처의 광고는 타깃이 고학력 또는 정치 관심층이다. 정보를 가득 담고 있는 이슈 광고가 많은 이유이다. 반면, 스포츠나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대의 광고는 후보자의 인성과 자질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재선을 노리는 현직 대통령은 자신이 이루어낸 정책을 내세우는 반면, 도전자는 상대와 자신을 비교하는데 시간을 더 할애한다. 선거 레이스에서 이기고 있는 후보는 주로 자신의 비전을 강조하고 투표를 독려한다. 반대로 쫓아가고 있는 후보는 상대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광고를 주로 사용한다.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의 초창기 선거 광고를 살펴보면 전략이 크게 대비된다.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 홈페이지 첫 화면은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에서 내리는 트럼프에게 의장군인이 경례를 하고 이에 트럼프가 답 경례를 하는 사진이다. 반면, 바이든 캠페인 홈페이지 첫 화면은 바이든이 다양한 상황에서 일반 대중들과 악수하고 대화하는 동영상 클립이다. 권위와 질서를 강조하는 트럼프와 대중성과 친근함을 내세우는 바이든이 대조적이다. 광고에 사용되는 슬로건도 트럼프의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Keep America Great)”와 바이든의 “더 낫게 바꾸자! (Build Back Better)”가 사뭇 비교된다.

지난 7월 말까지 트럼프의 선거 광고는 노골적인 상대방 비방이 다수였다. 바이든의 얼굴과 육성을 직접 사용하고 그가 실수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편집했다. 효과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8월 초 캠페인 책임자의 교체 이후 조금 세련된 광고도 선보이고 있다. 흑인운동과 경찰 개혁 시위를 다루는 뉴스를 보는 할머니 집에 도둑이 들고 911 전화는 예산이 없어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들려주는데, “바이든의 미국에서 당신은 안전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보여준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흑인 여성이 피켓카드를 들고 앉아서 바이든은 유약하고 안전에 신경을 안 쓰며 세금을 인상할 것이라고 한 후, “내 아이들의 미래를 바이든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로 마무리한다. 현직 대통령의 캠페인답지 않게 자신보다 상대방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것이 특징이고,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후보답게 네거티브 광고가 주를 이룬다.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본 바이든의 선거 광고는 고향 친구들이 전하는 바이든 이야기, 바이든이 직접 정책 비전을 나열한 연설 형식의 광고, ‘흑인 스토리가 미국 스토리’이니 선조들을 본받아 미국을 구하자는 광고 등이다. 최근에는 트럼프의 비방 광고를 캡처해서 이를 해명하는 형식과 자신이 공화당원이라는 일반인이 등장해 이번에는 트럼프가 아니라 바이든을 찍을 것이라고 인터뷰하는 광고도 등장했다. 앞으로 우편투표 방법 등 투표 독려 광고도 계획 중이라는데, 선두 주자의 여유로움도 한편 보인다.

이제 선거일까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이 어떤 효과적인 선거광고로 전세를 뒤집을지, 또 민주당은 과연 방어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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