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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주년 광복절,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과 질문들 책으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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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주년 광복절,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과 질문들 책으로 만나다

입력
2020.08.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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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지 75년을 맞는 올해 8ㆍ15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잊힌 독립운동가들의 불꽃 같은 삶, 해방 이후 격동했던 한반도의 혼란상, 패망 전후 잔혹한 일본의 민낯 등을 조명하는 책들이다.

역사 속에서 가려졌던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다룬 그래픽노블이 최근 잇따라 출간됐다. '의병장 희순', '아리랑', '독립혁명가 김원봉',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역사 속에서 가려졌던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다룬 그래픽노블이 최근 잇따라 출간됐다. '의병장 희순', '아리랑', '독립혁명가 김원봉',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두드러지는 건 만화역사서다. ‘의병장 희순’(휴머니스트)은 위정척사파 유학자 집안의 여성으로 ‘안사람 의병단’을 이끈 조선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여성 의병장 윤희순(1860~1935)의 삶을 다룬 그래픽노블이다. ‘아리랑’(동녘)은 ‘한국의 체 게바라’로 불린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김산(본명 장지락, 1905~1938)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미국 작가 웨일스가 1941년 미국에서 출간한 ‘아리랑의 노래’를 역사만화가 박건웅씨가 번역한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허영만은 의열단을 이끌며 무장 독립투쟁의 선봉에 섰던 약산 김원봉의 삶을 ‘독립혁명가 김원봉’(가디언)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 독립운동을 이끌고도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최재형의 일대기를 그린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우리나비) 평전도 나왔다.

'우리가 버린 독립운동가들' '35년' '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가 버린 독립운동가들' '35년' '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가 버린 독립운동가들’(개마고원)은 이념과 정치의 문제로, 또 자료 부족과 알릴 후손이 없다는 현실적 이유로 잊힌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복원한다. 조선 말기 의병장 허위,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의 주역 김구응 등 독립운동가 20명의 삶이 되살아났다. 이름 모를 평범한 사람들의 독립운동을 다룬 책들도 있다. 조선왕조실록 20권짜리 만화로 유명했던 작가 박시백은 일제강점기를 다룬 7권짜리 연작 ‘35년’(비아북)을 완간했다. 일제의 폭압적인 식민지 정책에 저항하는 독립운동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1,000명이 넘는 인물로 그려낸다. ‘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쉼)는 일제 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든 수감자 카드를 바탕으로 독립운동가들의 면면과 활동상을 소개한다. 여운형, 유관순과 같은 유명인들도 있지만, 대개는 농사꾼, 교사, 출판인, 간호사, 학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한국에게 해방과 독립, 일본에겐 패망으로 기억되는 8ㆍ15 의 역사를 다층적으로 조명하는 책들도 나왔다. '26일 동안의 광복' '잿더미, 전후공간론' '악한 사람들'

한국에게 해방과 독립, 일본에겐 패망으로 기억되는 8ㆍ15 의 역사를 다층적으로 조명하는 책들도 나왔다. '26일 동안의 광복' '잿더미, 전후공간론' '악한 사람들'

광복의 기쁨도 잠시, 한반도는 곧바로 격랑에 휩싸였다. ‘26일 동안의 광복’(서해문집)은 조선건국준비위원회가 결성되는 해방 당일 1945년 8월 15일부터 조선총독부 청사에 성조기가 게양되는 9월 9일까지 26일간 혼돈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책은 일본 패망과 조선 해방을 직감한 여운형의 전화로 시작하는 해방 전야부터 송진우와의 좌우합작 시도까지 8ㆍ15 당일의 24시간을 생생하게 복원한 1부와 해방 이튿날부터 9월 9일까지 한반도에 ‘분단’의 씨앗을 뿌린 25일을 2부로 구성됐다. 저자는 “우리 민족이 외세의 ‘직접 개입’ 없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광복의 날들”이었지만, “좌우대립, 전쟁, 75년 간의 분단이라는 한반도 내 ‘비극의 씨앗’이 뿌려진” 시간이었다고 결론 내린다.

‘잿더미, 전후공간론’(이숲)은 ‘잿더미’라는 이념적 표상이 전후 일본 사회와 문화 예술에 남긴 흔적을 추적한다. 일본에게 ‘종전의 날’이 있는 8월은 잿더미로 기억된다. 패망 당시 촬영된 불타고 무너져 골격만 남은 건물, 파편만이 널린 대지 등은 문학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국가적 서사가 됐다. 저자는 일본이 '잿더미'라는 표상을 통해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동시에 ‘일본인은 이 비참함에서 다시 일어섰다’라는 서사를 생산했다고 주장한다. 일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둔갑시켜 자신들을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중일전쟁 당시 성폭행, 학살, 고문, 생체 실험, 영아 살해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른 전범 출신 일본인들을 인터뷰한 ‘악한 사람들’(오월의 봄)은 악한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악행을 막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들을 악마로만 규정해버리면 악에 대해 성찰할 수 없다. 악을 타자화하면 결국 타인을 악으로 만들게 된다.” 저자는 악을 꾸준히 발생시키는 구조적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적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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