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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조카 '막도장' 파서 계약… 손혜원 유죄 선고 근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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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조카 '막도장' 파서 계약… 손혜원 유죄 선고 근거들

입력
2020.08.13 17:30
수정
2020.08.13 18: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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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보고회ㆍ언론보도ㆍ공청회 이후에도 비밀 유지
②손 전 의원 말 듣고 투자해 이익 본 사례가 존재
③창성장 명의자 조카는 매매ㆍ운영과 전혀 무관

목포시 부동산 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손혜원 전 국회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목포시 부동산 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손혜원 전 국회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재판부가) 제 얘기는 하나도 안 들어주셨고요. 검찰 얘기는 다 들어주신 거예요.”

(1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한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남 목포시 지역 개발 비밀 자료를 취득해 지인 등과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부패방지법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손 전 의원은 판결 선고 직후 재판부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여권 인사들도 “판결에 의문이 든다”며 논란에 가세했다. 한국일보는 법원이 판결문을 통해 인정한 사실을 토대로, 재판부가 손 전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핵심 근거를 살펴봤다.


공개된 자료? ‘X' 국회의원이라 알게된 비밀 ‘O'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손 의원 사건 판결문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됐던 부분은 '부패방지법 위반 여부'였다. 재판부는 총 45쪽에 달하는 판결문 중 절반을 할애해, 손 전 의원이 취득한 '도시재생 사업 계획’ 자료가 비밀이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했다. 손 전 의원은 “2017년 5월 18일 목포시장 등과 간담회를 한 후 해당 자료를 받았지만, 그 자료는 2017년 3월 29일 용역 결과보고회나 그 직후 언론 보도 또는 같은해 5월 11일 공청회를 거치며 일반에 공적으로 공개돼 비밀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용역 결과보고회 △언론 보도 △공청회까지 그 어떤 계기로도 해당 자료의 비밀성이 상실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용역 결과보고회 당시 주민과 상인회 대표 등이 참석한 사실은 있지만 ‘제한된 참석자’였을 뿐, 발표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봤다. 언론보도 역시 추상적 정보만 알렸을 뿐 구체적 정보를 담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청회 역시 발표자료에는 중요정보가 담겨있었더라도, 배포된 자료에는 해당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손 전 의원 등이 취득한 자료는 '부패방지법에서 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그리고 재판부는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통해 알게된 비밀 자료를 이용해 손 전 의원ㆍ지인 등이 부동산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손 전 의원은 지지자 20명이 참여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특정 지역을 언급했고, 지지자 박모씨는 즉각 3,500만원에 부동산을 구입해 2년 후 6,900만원에 매도했다. 박씨는 조사과정에서 “손 전 의원이 부동산을 매수하라는 말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군대 간 조카가 주인? ‘X' 손혜원이 실권리자 ‘O'

손 전 의원의 부동산실명법 위반 여부도 큰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손 전 의원의 조카가 구입한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의 매매계약 체결과정부터 매매 후 운영 상황까지 포괄적으로 따져 법 위반 여부를 살펴봤다. 손 전 의원은 “조카에게 매매대금을 증여했을 뿐 차명 재산이 아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손 전 의원이 실권리자로서 창성장을 조카 명의로 매수해 등기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창성장 매매가 이뤄진 2017년 6월 당시 손 전 의원의 조카가 군 복무(2017년 5월~지난해 1월) 중이어서 매매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당시 명의자인 조카는 목포에 내려오지도 않았고 군 복무 중이었다”며 “창성장 위치, 매매대금, 활용계획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최종 매매계약서 작성 당시, 손 전 의원 측 인사가 즉석에서 조카의 막도장을 만들어 계약서에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카는 수사기관에서 “매매계약서 등을 본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2018년 8월 창성장 개업 후에도 손 전 의원이 예약, 비품 구매를 지시하는 등 운영을 주도했고 조카는 운영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판단했다.


직무상 엄격한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해야 할 국회의원 또는 보좌관이었던 피고인들이 업무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시가 상승 등을 예상하고 명의신탁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점 … (중략) …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이 사건 범행은 청렴한 공직사회 건설을 통한 선진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시정돼야할 중대한 비리인 점, 피고인들이 수사가 개시된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등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점을 참작하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판결문 중 발췌)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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