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의 '부실회계'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이 정의연의 전 이사장이자 핵심 피고발인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13일 소환했다. 검찰이 정의연 관련 수사에 착수한 지 3개월 만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윤 의원을 처음으로 소환하면서 그간 지지부지하던 정의연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의원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다. 윤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는 건 지난 5월 11일 윤 의원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지 약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의연 사태 이후 시민단체들은 정의연 대표였던 윤 의원을 상대로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사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위반 등의 혐의로 10여건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윤 의원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후원금 유용 의혹이다. 윤 의원이 정의연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전신) 대표 시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후원금을 걷은 뒤 할머니들에게 극히 일부만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실제 정의연과 정대협의 회계장부에는 일부 사용처가 누락되는 등 부실회계 정황이 여러군데 나타나 있고, 국세청이 재공시를 명령하기도 했다. 정의연이 지난 4년간 받은 기부금은 49억7,344만원에 달하지만 피해자 지원사업으로 지출한 비용은 매년 2,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점도 유용 의혹을 뒷받침한다.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도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윤 의원이 대표로 있던 정대협은 지난 2013년 한 대기업에서 7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경기 안성 쉼터를 매입한 뒤 지난 4월 구입가의 거의 절반 수준인 4억2,000만원에 되팔았다. 정작 쉼터에는 할머니들은 머무르지 않고 윤 의원 부친이 관리인 자격으로 혼자 거주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돼 있다. 윤 의원이 후원금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것도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지난 3개월간 정의연 사무실과 마포·안성 쉼터 등을 압수수색하고 정의연과 정대협의 회계 담당자들을 여러 차례 조사했지만 윤 의원 소환조사에는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에 일각에선 "정권 눈치를 보느라 지나치게 수사를 오래 끈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는 "여론의 관심이 상당히 큰 만큼 검찰로서도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뒤 윤 의원을 소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고위 및 중간간부 인사가 겹치면서 수사가 지연됐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검찰이 3개월 만에 핵심 관계자인 윤 의원을 직접 소환하면서 법조계 주변에선 수사팀이 수사의 실마리를 찾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검찰은 윤 의원이 후원금 모집에 사용한 계좌를 역추적하는 등 후원금의 사적 유용 여부나 건물 매입 및 매각 과정의 위법 여부 등을 집중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에 대한 기소 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윤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검찰 조사를 통해 소명해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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