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없는 안전한 곳으로 터전 옮겨야"
예산ㆍ대체 부지 해결돼야 실현 가능
한탄강 범람으로 물에 잠겼던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집단이주를 건의하고 나섰다. 크고 작은 비에 침수가 반복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13일 강원도에 따르면 이길리는 1979년 정부의 민북개발 취락구조 개선사업에 따라 정연리 등 인근 주민 69가구가 이주해 만들어진 마을이다. 문제는 한탄강보다 아래 지역에 마을을 만들다 보니 수해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실제 이 마을은 1996년과 1999년 마을전체가 물에 잠겼다. 앞서 지난 5일엔 닷새간 700㎜에 달하는 물폭탄을 맞고 또 침수피해를 겪었다. 주택 73채가 피해를 입었고 주민 139명 모두 이재민이 됐다.
9년전 2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배수펌프장을 설치사고 교량도 정비했으나 거센 장맛비에 힘을 쓰지 못했다. 더구나 올해엔 지뢰가 마을까지 떠밀려와 피해복구가 지연됐다. "이번 말고도 주택 침수 등 작은 피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비 피해가 잦다"는 게 이주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여기에 한탄강 강바닥이 40년간 4, 5m 정도 높아져 집중호우 시 빗물이 하천 둑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주민은 "하천은 두루미가 월동하는 곳이라 준설 작업이 불가능해 고지대로 이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ㆍ반장 등 주민대표들이 마을 이전을 논의했고, 주민 상당수가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마을 이전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이라 자력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기 힘든 실정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김종연(54) 이장은 최근 최문순 강원지사에게 "마을 이주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현종 철원군수 역시 정세균 총리에 이어, 이날 수해현장을 찾은 여야 정치인에게 마을 집단 이주문제를 건의했다. 철원군은 피해조사를 거쳐 강원도, 국방부 등에 이주문제 논의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방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대체 부지 선정이 쉽지 않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 집단이주가 실현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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