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본거지 델라웨어서 첫 공식 행사
코로나19 탓에 청중도 환호도 없었지만
지지층, 하루새 307억원 모금으로 화답
트럼프ㆍ공화당 "극단적 좌파" 색깔공세
"우리는 우리나라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할 기회를 갖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州) 월밍턴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 나란히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성조기와 50개 주의 깃발들로 장식된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왔다. 청중도 환호도 박수도 없었지만, 오는 11월 대선에 출격할 민주당의 대통령ㆍ부통령 후보의 첫 동반출격은 그 자체로 정권 탈환의 뜨거운 의지를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미국, 위기에 처해... 트럼프ㆍ펜스 정부는 실패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올해 11월 우리의 선택은 아주 오랫동안 미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차기 미국 부통령으로서 나와 함께 할 옳은 이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며 해리스 의원을 소개했다. 해리스 의원은 "경제, 건강, 우리 아이들,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의 이런 문제들이 모두 위기에 처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공격은 계속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과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문제 등 주요 현안들을 도마에 올렸다. 해리스 의원은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비판하며 "트럼프와 펜스의 실패한 정부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신나치주의자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횃불을 들고 현장에 나온 것을 기억하라"고 역설했고, 해리스 의원도 "우리는 인종 차별주의와 체계적 불평등에 대한 도덕적 심판을 경험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무관중 출정식 '새 역사'... 지지층은 후원금으로 화답
AP통신은 이날 출정식을 두고 "관중은 없었지만 역사가 넘쳐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민 2세인 흑인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부터가 '역사'라는 의미이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이 대혼란에 빠진 가운데 지지자들의 입장조차 금지된 '뉴 노멀' 미국 사회를 빗댄 것으로도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과 함께 선거 유세에 처음 데뷔한 해리스가 첫날부터 재빨리 트럼프에 대한 공격에 뛰어들었다"고 썼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갑을 열어 기대감을 표시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과 해리스 의원의 첫 합동유세 직후 열린 모금행사에서 2,600만달러(약 307억원)가 모였다. 지금까지 기록한 하루 최고 모금액의 2배가 넘는 액수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수개월간 재정적 우위를 유지해온 트럼프와의 격차를 거의 좁혔다"고 전했다.
공화당 "바이든-해리스는 극단적 좌파" 색깔론 제기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은 이날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바이든과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좌파"라며 "해리스의 급진적인 입장은 미국인 대다수의 견해에서 훨씬 벗어나 있으며 미국인들은 사회주의 정책을 실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의원의 공식무대 데뷔에 대한 첫 대응이 해묵은 '색깔론'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해리스)는 대실패가 될 것"이라며 "해리스는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에게 끔찍한 말을 했다"고 이간질을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이후 학교 재개방 관련 토론에선 뜬금없이 "당신이 대통령 후보이고 지하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두문불출을 겨냥한 듯하지만, 행사 맥락과는 동떨어진 것이어서 뒷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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