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맏형 송승준(40)이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12일 현재 송승준은 21경기에 불펜 투수로 나와 2승(1패, 1홀드)에 평균자책점 4.44로 팀 내 ‘큰형’의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 중이다. 시즌 초엔 추격조로 시작했지만 최근 좋은 구위를 선보이며 박빙 승부에도 자주 등판한다. 롯데도 최근 10경기 8승 2패로 8월 대반격에 나서며 본격적인 중위권 싸움에 나서고 있다.
송승준은 13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짧게 던지다 보니 100% 힘을 쓸 수 있다”면서 “더운 여름에 성적이 좋은 편인데 올해도 그래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지난 9일 체력 안배 등의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선수단과 계속 동행 중이다. 19일 엔트리가 확대되면 1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송승준은 꾸준했다. 미국 마이너리그를 거쳐 2007년 국내 복귀 직후 117이닝을, 이후 2008~13년엔 매년 꾸준히 150이닝ㆍ100탈삼진 이상 책임졌다. 롯데에서 1,645.1이닝을 던졌는데 마이너리그 시절(854.1이닝)까지 합치면 2,500이닝에 달한다. 빠른공 평균 구속은 매 시즌 꾸준히 140~141㎞를 유지 중이며 올해(140.1㎞)도 여전히 묵직하다. 야구팬 사이에서는 “송승준의 장점은 (선발)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다는 것. 단점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다는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송승준은 “부모님께 체질적으로 좋은 몸을 잘 물려받았다”면서 “그 흔한 잔부상도 없었다. 운동선수로서 감사한 부분”이라며 웃었다.
2009년엔 3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두며 ‘송삼봉’이란 별명을 얻었고 2017년엔 11승(5패ㆍ4.21)을 찍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송승준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17년 4월 25일 한화전(5.2이닝 1실점)을 꼽았다. 그는 “불펜으로 시작해 시즌 첫 선발로 내정됐다. 주변에선 ‘송승준이 통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그런데 초구가 147㎞가 찍혔다. 당시 환호하던 관중들의 목소리가 생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들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달랐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던 뜻 깊은 경기였다”고 회상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이대로라면 향후 2~3년도 더 마운드에 설 태세다. 실제로 송진우 류택현 최영필 등도 만 43세까지 훌륭한 성적으로 마운드를 책임졌다. 송승준은 “사실 자신 있다. 하지만 선수 개인이 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집을 부려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젊은 후배들을 막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팀의 방향성과 맞는다면 서로 윈윈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8시즌 동안 166경기(선발 153경기)에 출전해 854.1이닝을 소화하면서 56승(42패ㆍ3.50)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2002년에는 미국 야구전문잡지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보스턴 기대주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부상 불운과 함께 끝내 메이저리그 마운드는 밟지 못했다.
역대 롯데 투수 기록
최다승 | 탈삼진 | 이닝 | |
---|---|---|---|
순위 | 1위 윤학길 (117승) 2위 송승준 (109승) *손민한 통산 123승 (롯데서103승) *장원준 통산 129승 (롯데서 85승) |
1위 송승준 (1237개) 2위 주형광 (1209개) |
1위 윤학길 (1863.2) 2위 염종석 (1791.1) 3위 송승준 (1645.1) |
2007년 뒤늦게 고향 팀에 합류해 ‘롯데맨’으로 묵직한 기록을 쌓아 올렸다. 역대 롯데 소속 투수 중 탈삼진 1위(1,237개) 다승 2위(109승), 소화 이닝 3위(1,645.1이닝)에 올라 있다. 다승 부문 역대 1위는 윤학길(117승)이고 소화이닝 부문은 1위 윤학길(1863.2이닝) 2위 염종석(1,791.1이닝)이다. 손민한(통산 123승) NC 코치와 두산 좌완 장원준(통산 129승)도 롯데 출신의 레전드지만, 중간에 팀을 옮기면서 롯데에서 올린 기록은 각각 12시즌 103승(손민한)과 9시즌 85승(장원준)에 그친다. 특히 송승준은 현역 선수이기 때문에 향후 얼마나 마운드에 서느냐에 따라 그의 기록은 계속 진행된다.
한때 ‘10억 팔’로 승승장구했지만 올 시즌엔 연봉 5,000만원에 계약하며 후배들의 버팀목을 자처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선발 자리도 내주고 중간 계투로 나서고 있다. 다소 자존심 상할 법한데도 송승준은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 지하 수십 층 밑에 두고 왔다”면서 “개인 욕심보단 주어진 상황에서 내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극적 ‘끝내기’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달려 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고 했다. 송승준은 끝내기 안타가 나오면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기로 유명하다. 그는 “대기 중인 불펜이 마운드와 거리가 멀다. 끝내기가 나와 달려나가보면 벌써 (축하 물세례가) 다 끝나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젠 그런 모습들도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최근엔 후배들에게 깜짝 생일 선물을 받은 사실이 전해지는가 하면 야구 토크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며 팬들에게 ‘동네 형’ 이미지까지 심으며 팬심을 얻고 있다.
‘가을야구’에서 약한 점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11경기(선발 9경기)에서 단 1승(6패ㆍ41이닝)에 평균자책점(7.24)도 높다. 그래서 올 시즌 누구보다 팀의 가을 야구를 염원하고 있다. 송승준은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만일 롯데가 가을 야구를 치르면 분명히 나와 비슷한 과정을 겪는 후배들이 나올 것”이라며 “그때 내가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팀 분위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2011~12년과 비슷하다”며 “언제 은퇴할지 모르겠지만 꼭 (우승)반지 하나 끼고 졸업하고 싶다”며 웃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