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은 마을·축사 침수... 비닐하우스 쑥대밭
4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2000년 재개장 이후 처음으로 물에 잠긴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물이 빠져나간 지 4일째를 맞은 12일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이곳은 도로와 점포, 진열상품과 냉장고, 테이블 등 각종 집기가 흙탕물을 뒤집어써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나흘간 이어진 복구작업에는 연인원 4,000여명이 참여했고, 그간 처리한 쓰레기도 무려 1,500여톤에 달했다.
화개장터 140개 점포를 포함, 상가 250여개가 침수돼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여름 성수기 특수를 누리지 못한 상인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하동군과 상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장터 문을 다시 열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복구에 나섰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끊긴 전기가 복구되지 않았고, 장터를 제외한 인근 상가에 수돗물 공급도 아직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13일쯤부터 전기와 수돗물 복구는 완료될 예정”이라고 주민들을 달래고 있다.
김유열 화개장터 상인회장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처럼 빠른 시일 내 복구를 마쳐 장터를 다시 개장하겠다”며 “열흘 이내 재개장이 목표”라고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이번 피해에 대한 연대의 움직임이 지자체 차원에서 꿈틀대고 있다. 하동군은 전남지역 지자체와 함께 상류 섬진강댐 홍수 조절 실패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공동 대처하기로 결의했다. 또 섬진강의 지류 역류를 막기 위해 강바닥 준설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특히 상인들은 “이번 침수로 줄잡아 2억원 이상 피해를 본 상점들이 있다”며 “평균 5,000만원에서 1억원의 피해를 입은 만큼 정부의 실질적이고 신속한 특별재난지원금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30ha에 이르는 농경지 침수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경남 합천군 쪽은 군과 의회, 피해 주민 모두가 나서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합천댐의 홍수조절 실패에 따른 인재”라는 이유에서다.
황강지류인 낙민천이 역류, 제방 3곳이 무너지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합천군 율곡면 두사마을은 전체 150여 가구 중 35가구가 침수됐다.
안희곤 마을 이장 등 주민들은 “집중호우가 내린 7일과 8일 이틀간 270㎜ 정도의 비가 내렸는데 지금까지 400~500㎜ 폭우에도 끄떡없었던 제방이 무너진 것은 황강의 갑작스러운 수위 상승 탓”이라고 지적했다.
“30년 만에 이런 물난리를 처음 겪는다”는 쌍책면 건태리 정성철씨는 축사가 물에 잠기면서 가족 같은 17마리의 소를 잃었다. 합천에서는 한우와 돼지 등 3,400여 마리가 유실 등으로 피해를 봤다.
특히 건태마을은 전체 45가구 중 20가구가 물에 잠기고, 마을 제방 안에 있던 비닐하우스 150동이 쑥대밭이 됐지만 4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을 대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문준희 합천군수는 “물관리 정책이 환경부로 이관되기 전까지 합천댐은 집중호우 및 장마 기간 수위를 40%정도 조절해 홍수에 대비해 왔다”며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80%정도의 수위를 유지하고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달 31일부터는 댐수위를 93%까지 상승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부의 합천댐 만수위 관리 이면을 들여다보면 홍수조절 목적보다는 환경보전이란 미명아래 낙동강 녹조 및 염도조절과 광역상수도 취수원으로 활용하는 데 방점을 둔 게 아닌가”라며 환경부의 물관리 실책을 집중 성토했다.
한편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11일 하동에 이어 이날 합천지역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화상으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 국무회의에서 두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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