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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바이든이 낙점한 '미래 리더' 해리스, 다인종·여성·개혁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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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바이든이 낙점한 '미래 리더' 해리스, 다인종·여성·개혁의 아이콘

입력
2020.08.13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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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부통령 후보로 흑인 여성 해리스 지명
주목받는 초선 상원의원서 거물정치인 발돋움
바이든 승리하면 단번에 '첫 여성 대통령' 근접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AFP 연합뉴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AFP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상원의원이 1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선택됐다. 여성 부통령 후보로는 세 번째이지만,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특히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해리스 의원은 첫 여성 부통령이 되는 동시에 '첫 여성 대통령'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메이카 출신 부친과 인도계 모친을 둔 이민 2세 해리스 의원을 통해 반(反)이민과 백인 중심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더욱 선명한 각을 세우게 됐다. 이번 선택에선 77세의 고령이라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재선 도전이 쉽지 않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50대 중반의 '미래 리더'를 낙점하는 의미도 읽힌다. 해리스 의원은 이날 초선 상원의원에서 단번에 거물급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바이든 장남과 인연... 대선 경선 때는 바이든 '저격'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해리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음을 알리는 트윗에서 그를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겁없는 전사'이자 최고의 공직자 중 한 명"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된 것을 "큰 영광"이라고 했다. 부통령 후보에 대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춘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특히 지명 배경을 설명하면서는 2015년 암으로 타계한 장남 보 바이든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해리스 의원의 캘리포니아주(州) 법무장관 시절을 거론하며 "그는 보와 긴밀하게 일했다"면서 "나는 그들이 대형 은행들과 싸우고 노동자들을 북돋우고 여성과 어린이들을 학대에서 지키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 해리스 의원은 델라웨어 법무장관이던 보 바이든과 돈독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해리스 의원 간 관계가 원만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6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 당시 해리스 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1970년대 인종 통합교육을 위한 버스 통학 제도에 반대한 전력을 끄집어내 맹공을 가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허를 찔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지율 추락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의 아내 질이 "복부를 얻어맞은 것 같다"고 서운해했을 정도다.

해리스 의원은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하차 한 뒤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적극 지지하면서 관계 회복에 나섰다. 바이든 캠프는 진작부터 부통령 후보로 '흑인 여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최근까지도 일부 참모들은 당시의 앙금 때문에 해리스 의원 지명을 반대했다고 한다.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난해 9월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이 끝난 뒤 얘기를 나누는 모습.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난해 9월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이 끝난 뒤 얘기를 나누는 모습. AFP 연합뉴스


자메이카 부친과 인도계 모친... '인종 다양성' 상징

올해 55세인 해리스 의원은 자메이카 출신 부친과 인도계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부친 도널드 해리스는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고, 모친 샤말라 고팔란은 유방암을 연구한 의학자다. 7세 때 부모가 이혼한 뒤 모친과 지내 인도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의 이름 '카멀라'는 산스크리스트어로 연꽃이란 뜻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흑인 최초이면서 아시아계 최초의 부통령 후보"라고 표현한 이유다.

해리스 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언론들은 그의 종교에 대한 검색이 늘어난 점도 주목했다. 일각에서 그의 '흑인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해리스는 성장기에 흑인 침례교회와 힌두 사원을 모두 다녔다"면서 "종파를 초월한 믿음은 그의 다양한 뿌리를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미국의 다인종 미래에 대한 확고한 대변자"라고 평가했다. 흑인 여성보다는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인종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만 해리스 의원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득표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대선후보 경선 때 흑인 유권자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부진했고, 최근 바이든 캠프 측 여론조사에서도 흑인층에 특별한 파급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해리스의 인종적 다양성이 현실정치에선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개혁성 갖춘 투사형... '중도 실용주의자' 평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검사를 거쳐 주 법무장관을 지낸 해리스는 2016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워싱턴 정치계에 입문했다. 버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추궁으로 두각을 보였고, 대선후보 경선에선 공격적인 토론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벌써부터 '좌파'로 몰아붙이며 이념공세를 펴기 시작했지만, 정책적으로는 중도 실용주의자라는 게 중론이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거세지면서 사법개혁의 적임자로 거론되지만, 검사 시절 엄격한 법집행 전력으로 오히려 당내 진보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고령의 온화한 이미지라면 해리스 의원은 젊고 개혁성을 갖춘 투사형이어서 조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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