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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시설 중 산사태 피해 0.09% "무슨 근거로 엮나"

입력
2020.08.12 14:00
수정
2020.08.13 15:10
0 0

"태양광 시설 중 올해 산사태 피해가 난 곳은 0.09%"
2018 6건, 2019년 2건 등 지난 3년 동안 20건 불과

강원 철원군 서면에 있는 한 태양광 발전소. 이번 폭우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독자 제공

강원 철원군 서면에 있는 한 태양광 발전소. 이번 폭우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독자 제공


전국적 집중호우로 경북 고령, 충북 제천, 경남 산청 등 태양광발전시설이 설치된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태양광 산업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야권은 태양광 국정조사까지 해야 한다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로 인해 태양광발전시설이 우후죽순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태양광 발전 시설 증가와 산사태, 직접 관련성 찾기 어려워


태양광발전시설의 증가가 곧 산사태 증가로 이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계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먼저 태양광발전시설 중 산사태 피해가 난 곳의 비율을 보면 9일 기준 1만2,721개소 중 산사태 피해가 난 곳은 12개소로 0.09%에 달한다. 전체 산사태 피해 1,079건과 대비해선 1.1%다.

본보가 11일 산림청에 확인한 결과 산지 태양광의 산사태 피해 건수는 2018년 6건, 2019년 2건으로 시설 대비 피해 비율은 각각 0.12%, 0.02%에 불과했다. 하익수 경남대 토목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3년 동안 태양광발전시설에서 산사태 피해가 난 수치를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시설이 산사태 피해를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산사태가 나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이번 산사태의 경우 설비 등의 문제라기보다 기록적 집중 호우가 내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통계(0.09%)를 봐도 산사태와 태양광이 연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1일 발표한 산지 태양광 허가 면적과 전체 산사태 면적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이후 연간 산지 태양광 허가 면적은 2011년 21헥타르(㏊, 1㏊=0.01㎢)에서 2015년 1,063㏊로 갑자기 늘었고, 2018년 2,443㏊까지 7년 동안 100배 증가했다. 2019년은 1,024ha로 오히려 줄었고, 올해는 112ha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산사태 발생 면적은 2011년 824ha였으나 2013년 312ha, 2014년 70ha로 급감했다. 오히려 2015년에는 산사태가 한 건도 없었다. 이후 2016년 54ha, 2017년 94ha, 2018년 56ha, 2019년 155ha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즉 ‘산지 태양광 설비 증가=산사태 증가’라고 볼 통계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 할 수 있다.

2018년 태양광설비 규제 강화...전문가들 "보완은 계속 필요"

11일 오후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입은 충북 제천시 대랑동의 한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관계자가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입은 충북 제천시 대랑동의 한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관계자가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을 지으려면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최대한 오랫동안 쬘 수 있도록 일정한 경사 이상의 산비탈에 나무를 베어 설치하기 때문에 지반이 어느 정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설비 시설이 산림과 경관 훼손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과 2018년 현 정부가 태양광 설비 설치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 이전까지 배수로 설치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지어진 시설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만 그만큼 위험 요인을 보완하는 작업도 같이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익수 교수는 이날 "물론 산을 건드리지 않는 게 가장 좋다"면서도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때 시군단위로 심의위원회를 거치고, 이 때 배수시설, 경사로 등 위험 요인을 없애면서 보강 조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충남 부여에 2018년 10월부터 3년째 1메가와트(㎿)급 태양광 시설을 운영 중인 권혁중씨는 "올 여름 폭우가 내리는 중에도 태양광 시설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태양광 사업도 엄연히 투자인데 위험한 곳에 투자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에 안전성 등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라며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들이 심사를 한 뒤 설치를 허가하기 때문에 아무렇게 공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태양광 때문에 산사태가 난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설계부터 시공과정, 사후점검 등을 하는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지 태양광으로 인한 환경훼손 방지나 산사태 우려 등이 나오자 정부는 앞서 2018년 10월 산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면 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의 평균 경사도 허가 기준을 기존 25도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했다. 또 재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재해방지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김용관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인허가 단계부터 수해 위험성을 검토하기 때문에 태양광발전시설로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산지관리법에 의해서 2ha 이상, 한 6,000평 이상이 되는 경우 재해 위험성을 검토하도록 돼 있다"며 "또 자연재해대책법에서는 0.5ha 이상 되는 경우 인허가 단계에서 재해영향평가를 받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또 태양광발전시설을 일시 사용허가 대상으로 전환해 지목 변경을 금지했는데 이에 따라 사업자는 20년 동안 발전시설로 사용한 뒤 시설 부지를 다시 기존 임목 상태로 돌려놔야 한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실제 올해 산사태가 발생한 12곳은 기준이 강화되기 전인 2018년 이전에 허가가 난 곳들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통계적으로 봐도 태양광으로 인해 산사태가 급증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태양광발전시설 입지 조건을 강화하기 이전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에 대한 관리와 점검을 비롯해 이번에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들에 대해서 추가적 재해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은경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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