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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해봤자 북한이 댐 열면 허사"... 허탈한 임진강변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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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해봤자 북한이 댐 열면 허사"... 허탈한 임진강변 주민들

입력
2020.08.11 17:49
수정
2020.08.11 18:21
8면
0 0

연천군 주민들 황강댐 무통보 방류에 직격탄
비 잦아들어도 수문 열면 임진강 수위 높아져
"둑을 높이든지 뭔가 특단의 대책 필요" 성토

지난 4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늘어나며 인근의 논밭이 전부 물에 잠겼다. 이 지역 주민 이병주(64)씨는 "비닐하우스 등이 전부 잠길 때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 제공

지난 4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늘어나며 인근의 논밭이 전부 물에 잠겼다. 이 지역 주민 이병주(64)씨는 "비닐하우스 등이 전부 잠길 때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 제공


"비가 그쳐 복구 작업을 했었는데 어제 또 침수 피해를 입었어요.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아무 말도 없이 열었다더군요."

11일 임진강변 마을인 경기 연천군 군남면 진상1리에서 만난 이병주(64)씨는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4일 내린 비로 집, 농막, 밭까지 약 6,600㎡이 모두 완전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씨의 집은 임진강과 1㎞도 떨어져 있지 않은데, 강이 역류하며 6m 높이에 자리잡은 이씨의 집을 집어삼켰다. 그는 5일부터 마을회관에서 생활하다가, 10일 비가 잦아들자 집과 밭을 소독하고 물에 휩쓸려간 가재 도구들을 정비했다.

그러나 10일 오후 또 강물이 불어나 이씨의 집과 밭을 덮쳤다. 이 바람에 애써 정돈해둔 세간살이는 다시 망가졌다. 북한이 이날 황강댐 수문을 열며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천군청 관계자는 "전날 밤에 비가 많이 온 것이 아니기에 황강댐 수문 개방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북한이 댐을 열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복구할 힘이 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병주씨가 집 앞에 정돈해둔 쓰레기 등이(왼쪽) 전날밤 침수 피해로 인해 11일 밭 이곳저곳에 다시 떠내려간 모습(오른쪽). 이병주씨 제공

이병주씨가 집 앞에 정돈해둔 쓰레기 등이(왼쪽) 전날밤 침수 피해로 인해 11일 밭 이곳저곳에 다시 떠내려간 모습(오른쪽). 이병주씨 제공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문을 아무런 통보 없이 개방하면서 발생한 피해는 이씨의 사례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천군청 집계 결과 11일 오전까지 파악된 침수 주택은 67가구이고, 피해 주민은 134명에 달한다. 이 외에도 군사시설 120개소, 농경지 120㏊, 도로 12곳이 피해를 입었다.

임진강 인근 주민들은 비가 잦아들었음에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임진강 수위는 황강댐 방류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데, 북한 측이 미리 방류를 알려주지 않으면 이번처럼 넋놓고 당할 수밖에 없다. 북측 황강댐에서 방류된 물이 남측 군남댐까지 오는 데 약 8시간이 걸리지만, 실제 방류 사실은 물이 군사분계선을 지난 다음에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로 황강댐 인근 저수지 둑이 터져 북한 쪽에 물난리가 난 점에 비춰, 추가 방류가 있을 수도 있다.

임진강 주변 주민들은 수해 복구를 하면서도 심란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최선빈(60)씨는 "애써 복구를 해도 북한이 댐 열면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며 "강변 둑을 높이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증석(61)씨는 "수년 전부터 밭 인근의 둑을 보강해야 한다고 군청 등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북한의 댐 수문 개방 사실을 정부가 뒤늦게 파악해 피해가 커진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천군뿐 아니라 임진강 하류 쪽인 파주시 주민들도 추가 피해가 있을까 긴장하고 있다. 파주시 탄현면 오금1리의 한 주민은 "비가 그치고 대피령도 끝났지만 아직 비 소식이 남아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오금2리 이장도 "심각한 상황은 지나갔지만 야산 축대가 무너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도로 곳곳이 패인 상황"이라고 했다.

연천 파주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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