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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도쿄지사, 올해도 간토대학살 추도문 안 보내기로

입력
2020.08.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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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지사와 달리 2017년 이후 4년 연속 거부
"지진ㆍ학살 희생자는 성격 달라" 고이케 비판
도쿄도 준법 서약서도 시민단체 반발로? 철회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지난달 5일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당선 확정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지난달 5일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당선 확정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지사가 다음달 1일 열리는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이케 지사가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것은 2017년 이후 4년 연속이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올해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낼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것은 매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마치 역대 지사들이 추도문을 보내지 않은 것처럼 언급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시작된 1974년 이래 역대 도쿄도지사들은 매년 추도문을 보내왔다. 심지어 대표적인 우파인사로 꼽히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지사도 추도문을 보냈다.

고이케 지사는 이전부터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모든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인 희생자에 대해 개별적으로 보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차별 문제에 정통한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는 "자연재해의 희생자와 재해에서 살아남았음에도 다른 사람의 손에 죽은 피해자는 전혀 다르다"며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도쿄 신주쿠에서는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을 보낼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을 강타한 간토대지진으로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되면서 6,000명 이상의 조선인이 일본 군인과 경찰과 민간 자경단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도쿄도는 추도식 개최 조건으로 주최 측에 제시한 서약서 제출 요구를 철회했다. 도쿄도는 올해부터 추도식 장소 제공과 충돌 방지를 위한 이유로 마이크나 확성기 사용 등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행사 허가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극우단체들은 2017년부터 추도식이 열리는 같은 장소에서 확성기를 사용한 집회를 열어 방해활동을 벌이면서 지난해 양측 간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최 측과 시민단체들은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극우단체의 방해 시위와 동일한 취급을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중지 등의 요구가 있을 경우 따른다’, ‘다음해 개최 허가를 하지 않아도 따른다’ 등의 서약서 내용은 자유로운 행사 운영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서약서 철회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 3만명이 참여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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