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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주국이 아닌 민주공화국일까

입력
2020.08.12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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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첫 임시국회가 막을 내렸다. 최대 현안은 '부동산 3법' '임대차 3법' '공수처 3법'이었다.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단독 처리한 부동산과 공수처 관련 법안이 4일 본회의에서도 일사천리로 강행 처리됐다.

법안의 졸속처리를 견제해야 할 미래통합당은 투표 불참과 반대토론으로 맞섰지만 무기력했다. 여당 노웅래 의원은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며 타협을 요구했지만 이 발언은 극렬 친문지지층의 비난으로 꼬리를 내렸다.

176석 슈퍼여당의 강행처리로 끝난 임시국회를 어떻게 봐야 할까?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와 책임정치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본다. 미래통합당은 거대 여당의 폭거이자 밀어붙이기식 의회독재라고 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국민들은 '일하는 국회'보다 '싸움없는 국회'를 더 원한다. 토론 없이 일만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싸울 수밖에 없다. 7월 임시국회는 숙의가 사라진 국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 준다. '일하는 국회'라는 이데올로기가 만든 결과다.

'데모크라시(democracy)'는 참 재미난 말이다. 다수파와 소수파가 싸우다 보면, 이 말은 어느새 '소수파 독재'나 '다수파 독재'로 둔갑한다. 이런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말이 '리퍼블릭(republic)'이다. 시민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공화국'으로 번역되는 republic이라는 말을 수 없이 쓰면서도 잘 모르는 이유는 왜일까? democracy를 '민주주의(democracism)'로 잘못 번역하여 사용하기 때문이다. democracy의 의의와 한계를 인정할 때, 이를 보완하는 republic이 새롭게 보인다. 이참에 이 둘의 차이를 밝힐 필요가 있다. democracy에는 'ism'이라는 접미사가 없다. 그런데도 '주의(主義)'를 붙여 '절대선의 이념'으로 쓴다. democracy는 정치체제의 하나로서 '민주정' 또는 '민주국'으로 번역하는 게 적절하다.

우리의 여권 국적란에 'REPUBLIC OF KOREA'라고 적혀 있다. 헌법 제1조 1항처럼, 대한민국은 왜 '민주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일까? 민주국은 '다수파에 의한 소수파 지배'를 인정하는 '다수파와 소수파가 서로 분열하고 대립하는 체제'를 말한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은 다수파의 존재와 소수파의 존재 모두를 인정하면서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비지배적 자유(non domination)'를 추구하는 즉, 견제와 균형을 통한 공존과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법치주의 체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 두꺼운 중산층과 중도파가 중심을 잡는 게 필수적이다.

민주국은 군주정이나 귀족정보다 시민 참여가 많다는 점에서 우월한 체제다. 하지만 다수결 전횡, 소수파 무시, 포퓰리즘, 선동정치에 취약하여 중우정과 참주정으로 타락하는 체제이기도 하다. 민주국은 이런 의의와 한계로 인해 견딜 만한 체제이나 지속가능한 최선의 체제는 아니다.

republic은 부자와 빈자만을 대변하는 과두정이나 중우정 및 참주정을 배격하고 중산층과 중도층을 중심으로 비지배적 자유인 숙의와 법치를 추구한다. 그래서 republic은 다수파에 의한 소수파 타도를 정당화하는 포퓰리즘과 다수파에 의한 소수파 지배를 정당화하는 democracy와도 구분된다. 8월 국회는 민주국의 국회를 넘어서 민주공화국의 국회로 가야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번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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