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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장마 끝나나요?" 기상청, 장마 종료시기 또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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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장마 끝나나요?" 기상청, 장마 종료시기 또 미뤄

입력
2020.08.11 19:30
수정
2020.08.11 22:22
8면
0 0

10일, 당초 14일에서 16일로 늦춰?
기후 변화로 앞으로 날씨 예보 더 힘들어질 듯
해외 기상 예보 신뢰하는 기상 망명족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동송읍 한탄강 제방 붕괴 복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철원=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동송읍 한탄강 제방 붕괴 복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철원=뉴시스

기상청이 또 다시 중부지방의 '장마 종료' 시기를 16일로 수정했다. 기상청이 처음 예고했던 종료일인 7월 말에서 수 차례 수정 끝에 결국 2주 넘게 뒤로 밀렸다. 그러나 이조차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이 '역대급 폭염'이 될 것이라 전망했었다. 빗나간 예보가 이어지자 국무총리까지 나서 "예보 적중률을 높이라"고 주문하고, 노르웨이 등 해외 기상청의 예보를 찾아보는 '기상 망명족'이 생기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시작된 중부지방 장마는 오는 16일까지 이어져 1973년 이후 최장기 장마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초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장마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7월 말에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부지방에서 이를 넘겨 비가 이어지자, 기상청은 중부지방의 장마가 8월 3일을 전후로 멈추겠다고 했다가 이를 다시 14일로 바꿨다. 그러다 지난 10일 오후에는 장마 종료 시점을 16일로 재수정했다.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번번이 엇나간 예보에... 신뢰 잃은 기상청

수정 이력을 감안하면 16일에 장마가 정말 끝날지도 불확실하다. 현재 기상청 시스템상 예보는 2, 3일 전에 가장 정확하고 10일 전부터는 일종의 경향성만 확인하기 때문인데, 16일 종료 시점 예보는 10일 나왔다. 제5호 태풍 '장미'의 영향력도 사실상 예측 실패였다. 기상청은 장미가 경남, 제주도, 지리산 부근에서 최대 300㎜의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100㎜에도 못 미치는 지역이 대다수였다.

기상청의 올해 여름(6~8월) 날씨 예측은 아예 맞는 게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기상청이 지난 5월말 내놓은 여름 기상 전망은 실제로는 정 반대로 움직였다. 올 여름 기온과 폭염일수는 각각 평년보다 높고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틀렸다. 올 여름 전국 강수량은 심지어 "평년(678.2~751.9㎜)과 비슷하거나 적겠다"고 예상했지만, 서울에서만 6월부터 이날까지 892.2㎜를 기록해 평년 기록을 크게 웃돌았다.

더욱이 최근 22일(7월 20일~8월 10일) 중 하루에 15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날도 15일에 달했고, 이달 2~10일은 일 강수량 150㎜ 이상인 지역이 매일 나타났다. 1,300~1,500㎜인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의 10% 이상의 비가 하룻만에 쏟아졌다는 얘기다. 기상청은 연 평균 강수량의 10% 이상이 하루에 내리면 막대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집중호우로 본다.


49일째 이어지는 긴 장마로 무, 배추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 진열된 양배추 모습. 연합뉴스

49일째 이어지는 긴 장마로 무, 배추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 진열된 양배추 모습. 연합뉴스


기상청 "기술력이 기후변화 따라잡지 못해"

기상청은 급격한 기후 변화 탓에 고가의 장비와 분석 시스템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집중호우가 나타나는 지역을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날짜별로 옮겨다니면서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상청에서 한국형, 영국형, 유럽형 3개의 예보 모델을 쓰고 있는데, 세 모델 모두 장마가 장기화 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는 '이변'이라는 얘기다.

반복되는 오보에 기상청에 대해 '예보'가 아닌 '중계'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실정이다. 여기에 노르웨이나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의 기상청이나 미국의 ‘아큐웨더’, 영국의 ‘BBC웨더’, 체코의 ‘윈디’ 등을 통해 날씨 정보를 얻는 기상 망명족까지 등장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기상 예보 공급자인 기상청과 수요자인 홍수통제소, 환경부 등이 함께 (기상 상황을) 제대로 세밀하게 평가해 예보 적중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질책성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 양주시에 내린 집중호우로 양주역과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겼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경기 양주시에 내린 집중호우로 양주역과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겼다.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런 국지적 집중호우와 같은 이상 기후는 갈수록 빈번해질 전망이다. 현재의 기상청이라면 이를 미리 예측할 수 없고, 이에 따른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국지성 호우 예보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지언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기후 변화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며 "지금도 중부와 남부 날씨가 매우 다르게 나타나거나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만큼 기상청 차원에서 지역별 예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옥진 기자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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