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보고문건'은 위법수집증거" 무죄 결정적 계기
재판부 "공모관계 인정 안 돼서 무죄는 아니다"
다른 삼성 임원들은 유죄 유지... 형량은 소폭 줄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공작(일명 ‘그린화 전략’)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 고위 임원들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1심에서 징역 1년6월이 선고된 이상훈(65) 전 삼성전자 의장은 무죄를 받고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배준현)는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법정구속까지 됐던 그에 대해 항소심이 180도로 판단을 뒤집은 셈이다. 다만 이 전 의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다른 임원들에 대해선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가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건 ‘최고재무관리자(CFO) 보고문건’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해당 문건은 1심에서 이 전 의장이 노조와해 공작을 보고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영장에 기재된 수색ㆍ검증 장소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영장에 없었던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 사무실이나 압수물들이 옮겨진 장소에서 발견된 문건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공모관계가 인정 안 돼서 무죄로 선고한 것은 아닌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문제의 노조와해 문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업체로 거론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전자 측이 대납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던 중 발견됐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의혹을 살펴보던 검찰은 2018년 2월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 현장에서 인사팀 직원의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 그의 차량에서 하드디스크를 발견해 영장 없이 압수했다. 1심은 추후 해당 직원에게 압수목록이 교부됐고 참여권도 보장되었다며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했으나, 항소심은 판단을 달리 한 것이다.
항소심은 또, 1심과는 달리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 파견도 인정하지 않았다. 당초 1심 재판부는 협력사 수리기사들이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로고가 붙은 근무복을 입고 일한 점 등을 들어 ‘불법 파견’이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협력사들은 독자적인 취업규칙을 정해 수리기사들의 고용 형태와 근로시간, 휴일, 휴가, 임금, 복리후생, 승진 등을 달리 정하고 있고, 수리기사들의 출퇴근과 휴가 사용 등도 협력사가 독자적으로 관리했다”고 원심을 깬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의장 이외의 다른 삼성 임원들은 이번에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체로 형량이 줄었다. 1심에서 징역 1년6월이 선고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겐 징역 1년4월이 선고됐고, 최평석(58)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도 징역 1년2월에서 징역 1년으로 감형을 받았다.
다른 삼성 계열사 임원들도 항소심에서 형량이 소폭 줄어들었다. 원기찬(60) 전 삼성카드 사장은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원심보다(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이 짧아졌다. 정금용(58) 삼성물산 대표에게도 1심(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보다 감경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박용기(57) 삼성전자 부사장의 형량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줄었다.
앞서 삼성 고위 임원들은 미래전략실 지침을 받아 노조와해 공작을 기획하고 실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을 마련해 신속대응팀까지 꾸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임원들은 노조설립 움직임을 사전 차단하거나, 노조세력을 약화하기 위해 협력사를 기획 폐업시키고,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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