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의료계의 해묵은 과제인 ‘양한방 통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통합의대’ 방안을 제시하면서다. 의대 정원 확대를 꾀하는 정부와 이에 강력히 반발하는 의료계 사이에서 또 다른 의료 공급자인 한의계가 가세해 숙제를 풀어 보겠다는 계산으로 비친다.
□한의협은 통합 교육과정 도입을 제안한다. 한의대에서 의학 과목을 가르쳐 졸업생이 의사 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고 의대생도 한의사 면허 시험을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 한의사도 보수교육을 통해 의사 면허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은 ‘한의학의 정체성이 훼손된다’는 한의계 내부의 반발과 ‘의료인 면허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는 불법’이라는 의료계의 반발에 모두 직면해 있다.
□양한방 통합 움직임은 멀게는 1960년대 초 대한의학협회(대한의사협회 전신)가 한의학을 의학과의 한 과목으로 개설하려 했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합의점은 찾지 못했지만 2015년에도 양한방 통합을 논의하는 의ㆍ한ㆍ정협의체가 꾸려지는 등 양쪽 모두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동상이몽이다. 한의계는 내심 의사와 중의사(우리의 한의사)가 제약 없이 상대방 진료와 의약품 처방을 할 수 있는 중국식 모델을, 의료계는 의사면허 소지자만이 보완적으로 한방 처방을 할 수 있는 일본식 모델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진 원인은 신뢰 부재 탓이 크다. 의료계는 한의계의 양한방 통합 시도가 X-레이와 초음파 촬영 등 자신들의 영역을 빼앗아가려 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반면 한의계에는 의료계 주도의 통합 논의는 한의학 사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내부 사정이야 어쨌건 환자 입장에선 양한방을 모두 처방할 수 있는 단일한 의사를 만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기존 면허자의 기득권 보호, 교육 방식 등 풀어야 할 세부 과제는 많지만 ‘환자의 이익’을 원칙으로 통합 논의를 풀어 가면 어떨까. 반세기를 훌쩍 넘은 의료 이원화 구조를 이제는 손질할 때가 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