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5800명 이상 포기... 지난해 전체의 2배
해외 체류자들, 감염병 부실 대응 등 실망 귀국 접어
퇴로가 안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아메리칸 드림’도 빛이 바래져 가는 것 같다.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이 지난해 전체 수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걷잡을 수 없는 감염병 확산이 가장 큰 이유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 대응도 선망의 대상이던 시민권 가치를 떨어뜨리는데 한 몫 했다는 평가다.
미 CNN방송은 9일(현지시간) 미 뱀브리지 회계사무소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5,800명 이상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444건)의 13배, 작년 한 해 전체(2,072명)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숫자다. 대개 해외에 살면서 시민권을 유지하던 이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으로 시민권 포기를 신청한다. 현재 미국 시민권 보유자 중 국외 거주자는 약 900만명 수준이다.
시민권 포기자 급증은 코로나19 시대 산물 중 하나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국제 이사업계 등을 인용해 “미국인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치관을 재점검하고, 미국사회가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으면 굳이 나라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한 코로나19 대응이나 반(反)인종차별 시위 상황 등을 보면서 미국사회에 대한 기대를 접은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단 얘기다. 조사를 진행한 뱀브릿지 역시 시민권 포기 이유를 “트럼프 대통령의 정국 운영이나 정책, 코로나19 대응 등을 보면서 복귀 의지를 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통상 시민권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인 세금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해외 체류자도 매년 세금 신고서를 제출하고 외국은행 계좌 현황 등을 자국에 보고해야 한다. 앞으로 트럼프의 재선 여부가 시민권 포기 추세를 결정지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뱀브릿지는 “많은 사람들이 11월 대선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또 한 번 ‘시민권 포기 물결’이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광범위한 영역에서 코로나19 파장을 겪는 미국은 여전히 감염병 확산 기세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고 있다. 10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504만여명(존스홉킨스대 집계)으로 전 세계 환자 4분의1이 미국 내 감염자다. 사망자 수(16만여명) 역시 가장 많다. 지난달 21일 이후엔 불과 나흘을 제외하곤 매일 1,000명 넘게 숨졌다. 이달 들어 미 전역에서 개학을 맞아 집단감염 가능성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 조지아주(州)의 노스폴딩고교에서는 학생 6명을 포함해 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가을 개학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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