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집권 눈 앞에?민스크선 항의 시위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6번째 대선 도전에서도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수도 민스크 등에선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옛 소련권 TV채널 '미르'의 의뢰로 벨라루스 '사회연구청년실험실'이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열린 대선에서 79.9%를 득표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경쟁자로 꼽히던 여성 야권 후보 스페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6.8%를 얻는 데 그쳤고, 다른 세 후보는 0.9~2.3%의 저조한 득표율에 머물렀다.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초반 개표 결과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79%를 넘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벨라루스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은 등록 유권자의 50% 이상이 투표하면 유효하고, 과반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당선된다.
이에 따라 루카셴코 대통령의 6연임이 확실시 된다. 소련 붕괴 이후 1994년 치러진 벨라루스의 첫 자유선거에서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 루카셴코 대통령은 26년 간 권좌를 지키고 있다. 1996년 국민투표를 통해 초대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늘렸고, 2004년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며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집권 이후 정치를 안정시키고 빠른 경제 성장을 이끄는 등 옛 소련권 국가로는 보기 드문 성과를 냈다. 그러나 자유 언론과 야권을 탄압하고, 80%에 달하는 산업을 국가 통제 하에 두는 등 소련 스타일의 권위주의적 통치로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는 비판이 높다.
야권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행정력을 동원, 불법ㆍ편법 선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공정한 선거 운동은 물론, 유력 야권 주자들의 후보 등록을 좌절시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들어 선거 감시단 수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83% 이상 득표율로 당선된 지난 2015년 대선 때도 그가 독재 체제를 이용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 운동을 벌인 결과라는 지적이 있었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일부 도시에선 대선 결과에 반발한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수도 민스크 시내에서 수천 명이 참여한 대규모 정권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불꽃 놀이기구를 던지며 대선 결과에 항의했고, 경찰은 섬광탄과 최루탄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경찰이 일부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려 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경찰을 공격하며 양측이 충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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